청소년의 신분 확인과 각종 할인·우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청소년증이 홍보 부족으로 인해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차별을 낳으며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학생증과 기능이 중복된데다 발급률은 3%대에 그쳐 제도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도입된 청소년증은 주민등록번호, 이름, 사진 등이 기재된 공적 신분증으로, 성인의 주민등록증과 마찬가지로 각종 국가 시험 등에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등의 공공시설과 대중교통에 대해 무료·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에서는 광주시립미술관·국립광주과학관 등에서 청소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혜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증이 도입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발급률은 여전히 저조하면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광주지역에서 발급된 청소년증 건수는 총 1만7,212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4,826건, 2022년 6,286건, 2023년 6,100건이 발급됐다.

이 기간 지역 청소년은 45만명으로, 약 3%만이 청소년증을 발급받은 셈이다.

청소년증 발급률이 저조한 이유는 청소년증의 기능이 학생증과 중복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서 발급된 학생증으로 신분을 증명할 수 있어 별도의 신분증을 발급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기관의 홍보 부족으로 인해 청소년증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신분증’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발급을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양은 “최근 청소년증에 대해 알게 됐지만 발급받더라도 학생증에 비해 특별한 혜택이 없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청소년증을 제시할 경우 오히려 학교를 다니지 않는 비행청소년으로 보일 것 같아 사용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청소년증 발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학교에 지속적으로 공문을 보내며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정작 문화시설 관계자들은 청소년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신분증으로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실정이다.

지역의 한 대안학교 관계자는 “영화관이나 버스 매표소에서 ‘학생 요금’을 내기 위해 청소년증을 제시해도, 학생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증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청소년증이 청소년을 위한 신분증임을 알리고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으로 유용한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청소년증은 학생들의 주민등록증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학생증만으로 신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청소년증을 발급받을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듯 하다”며 “청소년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시설과 관련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