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논쟁거리인 도시철도(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극복 방안으로 국고 지원 대신 이용권 지급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 예산 국비 지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재점화돼 지자체의 재정난 해법 등 제도 개선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최근 만 65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금액의 교통이용권을 제공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발의를 예고했다.

개정안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만 65세 이상에게 일정 금액의 교통이용권 발급이 골자다. 이용권은 도시철도와 버스,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에서 사용 가능하고 일정 금액을 소진한 후에는 할인된 요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 총선에서 개혁신당은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연간 12만원 상당의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의원은 “(무임승차 제도에 따른)비용이 대부분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부채로 쌓이고 있다”며 “교통복지 제도에 심각한 지역간 공공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5월 22일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도입돼 만 65세 이상 노인을 시작으로 장애인·유공자로 확대돼 올해로 40년째 시행중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무임승차에 따른 지자체 적자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광주도시철도 1호선 하루 평균 이용객 4만6,849명 중 1만4,947명(31.9%)이 무임승차 인원으로 집계됐다.

무임수송 금액만 하루에 2,000만원 가량이 소요되고 있고, 이로 인한 누적 적자는 2020년 63억원, 2021년 64억원, 2022년 70억원, 2023년 76억원, 올해 9월 기준 56억원이다.

매년 370억원에 달하는 운영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광주시는 한해 70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까지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와 도시철도 2호선 개통 등으로 무임승차 인원이 늘어나 도시철도 적자 규모는 점점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임승차 정책 도입 당시 만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5.9%였으나 급속한 고령화로 2025년에는 20.6%, 2050년에는 40.1%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현행 요금체계를 유지할 경우 도시철도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광주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는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국비 보전 법제화를 건의하고 있지만 정부는 중앙과 지자체 역할 분담 차원에서 수용 불가한 의견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에서도 지난 18대부터 21대까지 도시철도 공익서비스비용 원인제공자(정부) 부담을 골자로하는 도시철도법 개정안 8건이 발의됐지만 기획재정부 반대에 부딪혀 번번히 폐기됐다.

지하철 무임승차의 경우 70세로 기준 상향, 출퇴근 시간대 이용 제한 등 현행 제도를 바꾸자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온 만큼 이번 개정안 발의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무임승차는 취약계층의 경제·사회 활동 촉진, 보건·의료 비용 절감 등 유익한 보편적 복지제도로 설계됐다”며 “다만 무임승차 운영에 따른 수입 감소는 구조적인 재정 적자를 불러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철도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 상향은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 사안으로 이와 관련 서울·대구 등이 전향적인 검토에 나서고 있어 타지역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