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천문학적인 재무 위기 해소를 위해 추진한 정책들이 꼼수, 기업의 최소한 사회적 책임을 포기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한전 KDN 지분매각에 대한 문제점과 한전에너지공과대학교의 방만한 예산 집행 등도 도마 위에 오르는 등 한층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전력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은 “한전과 자회사의 토지재평가를 통한 자본확충은 국민 눈속임에 불과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이 공개한 삼일회계법인의 ‘토지재평가 용역결과 보고서’와 ‘한전의 2022-2024 재정건전화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517.3%인 부채비율을 2028년 363.7%까지 낮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과 자회사는 올해부터 3년 간 총 13조 원을 마련해 재정건전화를 이루겠다고 명시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7조 407억원은 한전이 보유한 토지에 대해 유형자산 재평가를 통해 마련된다.

허 의원은 “사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가진 재산이고 처분할 수 없는 토지를 가격만 재평가해 높이는 건 국민의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라며 “자본 확충 등 실제 부채를 줄이고 재무건정성을 높일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부채 다이어트를 위해 사회적 책무를 포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전은 재정건전화 시행 이후 지역민과 다문화가정·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사업 총 10개를 중단·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인예산 대비 절감액은 지난해 39억3,900만원, 지난해에는 28억7,000만원이다.

또한 2022년 국제원자력대학교 1,364억원 출연금을 삭감하고 지난해는 출연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가 출연한 한일병원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22년부터 출연금을 중단했다. 공기업으로의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조차 포기한 조치라는 비판이다.

한전KDN의 지분매각은 최근 높아지고 있는 정보보안 이슈 등에 비춰보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한전KDN이 배당금을 통해 한전의 재무상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데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한전KDN의 지분매각이 가능한가”라며 “경제적으로나 공익적으로나 한전KDN의 지분매각을 철회하는 것이 옳은 결정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한전공대의 방만한 재정 운영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공대가 재학생들에게 1,000만원을 주고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고 비판했다.

한전공대는 계절학기 해외연수 프로그램(SSAP)을 운영 중이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계절학기를 활용, 약 6주 간 해외 명문대학을 방문하도록 해 국제화 역량을 배양하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 참여 재학생들에게 출국 전 1인당 1,000만원씩 장학금 명목으로 일괄 지급되는데 2022년 개교 이후 올해 8월까지 학부생 308명 중 104명이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 대학교를 탐방했다.

김 의원은 “SSAP 프로그램 결과보고서를 보면 ‘놀았음’, ‘쉬는 날’ 등 공부하러 간 것인지 해외에 놀러 간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며 “재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학비, 기숙사비, 식비 등이 무료고 생활비도 매달 50만원씩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000만원씩 주고 해외까지 보내주는 것은 과하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립 취지가 비슷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 비교해도 혜택이 과하다”며 “한전 재정 상황이 안 좋아서 정원 감축에 희망퇴직, 직원들 임금까지 반납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전의 부채는 지난 2018년 114조2,000억원에서 매년 높아져 작년 말 202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자로만 약 5조 원 지출되며 2배에서 5배로 확대한 회사채 한도 상향이 2027년 12월 31일에 일몰 예정이다.

자본은 같은 기간 72조원에서 37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2018년 161%에서 2020년 187%, 2021년 223%, 2022년 459%, 지난해 543%로 급격히 높아졌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