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말 유통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핼러윈 데이’가 올해도 조용히 지나갈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며 유통업체들도 별다른 핼러윈 마케팅을 펼치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핼러윈은 유통가의 ‘대목’으로 최근 급부상 했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핼러윈 데이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10월은 MZ세대가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었기 때문에 유통가들은 추석 이후 위축되는 소비를 깨울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2년 대형 참사 이후로는 이러한 이벤트가 사라졌다.

시즌마다 매장 내·외부를 꾸며 분위기를 조성했던 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관련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대형마트도 핼러윈데이에 맞춰 과자와 파티용품을 대상으로 할인행사 등을 진행했지만 올해도 간단한 소품 등 기존 전시 제품만 내놓을 뿐 마케팅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편의점업계 역시 핼러윈을 겨냥한 한정판 같은 관련 상품을 준비하지 않았고 프랜차이즈 요식업계는 핼러윈 신메뉴를 출시하지 않는 등 유통업계가 동참하지 않으면서 애도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졌다.

다만, 이같은 분위기는 연말 대목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누적된 물가 상승 및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 부채 부담, 소비심리 하락까지 어려운 경제를 더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는 80으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 85에서 2개 분기 연속 하락 추세다.

RBSI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낸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에 대비해 유통업계는 다가오는 11월 빼빼로데이와 연중 최대 쇼핑 성수기에 해당하는 11월 말 맞이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11월에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와 제과업계 최대 특수 빼빼로 데이가 기다린다. 이어 11월 넷째 주에는 전 세계 최고 쇼핑 축제 블랙프라이데이가 이어지는 등 최대 대목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참사 이후 소비자들의 바뀐 인식에 맞춘 전략으로 생각된다”며 “핼러윈 데이 대신 다가오는 빼빼로 데이나 연말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