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 마감 결과 지역수련병원 지원자가 한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전남지역 수련병원이 9일 오후 5시 전공의 모집을 마감했으나 지원율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95명(별도정원 10명)을 모집한 전남대병원은 2명이 지원했으며 47명을 모집한 조선대병원은 지원자가 없었다. 광주보훈병원은 6명 모집에 1명이 지원했다. 13명을 모집한 광주기독병원도 이날 오전까지 5명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기독병원은 최종 지원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1년 차 레지던트의 경우 각 병원은 이날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15일 필기시험, 17∼18일 면접(실기)시험을 치른 뒤 1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인턴은 내년 1월 22~23일 원서를 받고 같은달 24~27일 면접(실기)시험을 거쳐 31일 합격자가 발표된다.

하지만 의정 갈등이 10개월째를 넘어서며 장기화한데다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등 의료인을 ‘처단’ 대상으로 적시한 데 따른 의료계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지원율이 미미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보건복지부 수련평가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내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3,594명을 모집했다.

하지만 광주·전남은 물론이고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빅5’ 병원 지원자도 소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는 이번 모집에 응할 의대 졸업생과 인턴 수료자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의대 졸업생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율이 급감했고 레지던트 1년 차 과정을 시작할 인턴들도 대부분 사직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지난 2월 병원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현재 211개 수련병원 인턴 3,68명 중 102명(3.3%)만 정상 출근 중이고, 내년 1월 치러질 국시 필기시험 응시자는 304명이다. 이는 올해 응시자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모두 합격한다고 해도 인턴 모집정원엔 턱없이 모자란다.

올해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해 인턴이나 레지던트 1년차 과정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의정 관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가 모집 전날인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은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했다.

지역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원자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라면서 “포고령에 전공의를 콕 집어 복귀를 지시하며 처단한다고 엄포하면서 분노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 모집 여부 등은 다시한번 논의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공보의들 마저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분한 파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