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한 광주의 한 중학생에 대해 동부교육지원청 소속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교권보호위원회를 위촉한 동부교육지원청은 권한 밖의 사안이라며 교권보호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교권침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동부교육지원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광주 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A 중학생이 B 교사의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 성착취물로 제작했다는 신고가 같은 해 9월 동부교육지원청에 접수됐다.

B 교사는 영상 촬영 수업 중 A 중학생의 핸드폰에 본인의 얼굴이 합성된 성착취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교육지원청은 10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안을 심의했고, 11월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이 교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B 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해 지난 9일 법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재적 위원 9명 중 과반수 이상이 참석하면 회의를 열 수 있고, 심의 안건에 대한 의결은 회의에 참석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위원들은 교원, 학부모, 경찰, 변호사, 전문가, 퇴직 교원 등으로 구성됐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 심의 시 학교급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의견이 반영됐다.

하지만 동부교육지원청은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사안으로 지원청과 무관하다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또, 성착취물 제작이 교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에 대해 밝힐 수 없는데다 교권보호위원회 심의에 참석한 인원 역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사안의 경우 개인정보 문제로 심의 결과에 대해선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며 “교권보호위원회 회의록은 신고 당사자의 정보공개 청구에 의해서만 자료를 공개할 수 있고,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자세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개정된 교육활동보호매뉴얼에 따르면 SNS에서의 모욕, 명예훼손 행위는 피해자를 대면하지 않거나 피해자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텔레그램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SNS라 하더라도 성착취물 제작 행위는 개인적인 작업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접근이 가능한 앱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교권 침해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광주지부는 교권보호위원회의 처분은 교사의 인격권과 교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 위법하고 부당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교사의 교육활동은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그 사회의 평균인의 입장에서 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성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유일한 판단 잣대로 삼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록 학생이 성착취물을 삭제했고 타인에게 배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교사에 대한 모욕과 심리적 피해는 이미 발생한 상황이다”며 “학생이 교사의 얼굴로 나체 음란물 사진을 제작한 행위는 그 자체로 교사의 인격과 명예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어 “교권보호위원회의 결과 어디에도 ‘교권 보호’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교사들의 존엄성과 교육활동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번 처분의 재검토와 적절한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심의권한을 가진 동부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의결에 따른 결정으로 향후 당사자의 불복절차(행정심판)에 따라 추후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