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종교자유연합(International Coalition for the Religious Freedom, 이하 ICRF) 일본위원회가 주관하는 ICRF 2024 순회강연 도쿄대회가 최근 일본 도쿄 비전센터에서 개최됐다.
대회는 전 세계 종교지도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신교의 자유 및 민주주의의 위기’란 주제로 열렸다.
기조연설에 나선 마르코 레스핀티 종교자유와 인권에 관한 잡지 ‘Bitter Winter’의 담당임원은 “종교가 아니더라도 그것이 신조의 표현이라면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로 보호되야 한다”며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는 첫 번째 정치적 인권이며, 그것은 생존권에 이어 중요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마르코 임원은 최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교단에 대한 일본 정부의 종교법인 해산 명령 청구를 ‘중대한 인권억압’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자유의 해체’라고 규정하고, “가정연합이나 다른 종교신자들의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이들 단체의 신자 뿐만아니라, 비신자를 포함한 모든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일본국민, 그리고 전세계에 대한 부정행위”라고 강조했다.
 |
| 다나카 도미히로 가정연합 일본회장이 ICRF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지난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탄에 맞아 사망한 후 일본에서는 암살범 야마가미 데쓰야가 가정연합 종교 2세로서 피해를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암살에 대한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밝혀진 건 없고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재판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언론에 부각된 건 가정연합 뿐이었고, 일본 정부는 2023년 10월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이날 마르코 임원은 “암살자의 재판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판결도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연합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인 것처럼 비난을 받고 있다”며 “범죄자가 아닌 가정연합이 처벌을 받고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나카 도미히로 가정연합 일본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 내에서 본회에 대한 보도는 현저하게 편파적이다”며 “수십 년 전부터 본 법인의 해산을 획책해 온 반대 세력은 이번 사건을 최대 기회로 삼아 왜곡된 정보로 여론을 호도하고, 정치를 끌어들여 해산명령 청구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다나카 회장은 ”본회 신도들의 목소리는 정부에도, 언론에도, 국민들에게도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일본의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종교의 자유와 인권의 침해는 인류의 보편적 인권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마 칼포 ICRF 일본위원회 부위원장이자 탁쇼쿠 대학 국제일본문화연구소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신앙의 자유는 개인의 문제로 국가나 다른 무엇에 강압적일 수 없으며 헌법이나 선언으로 지키는 것으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자유 중의 하나인 신앙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비판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처럼 오늘 이 자리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종교의 자유를 위해 심도있게 논의하는 자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매우 감사하다”고 전했다.
전미 신앙자문위원회 회장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종교 자문위원인 폴라 화이트 목사는 특별 영상메시지를 통해 “종교의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현재 일본은 유엔 인권선언의 서명국으로서 종교의 자유에 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 세계 저명한 지도자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폴라 목사는 “미국 국무부는 22년과 23년 보고서에서 일본이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며 “전 세계 종교자유 관련 학자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에 대한 권리 침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는 히로시마대회를 시작으로 도쿄대회, 나고야대회, 후쿠오카대회 순으로 일본 4개 도시를 순회하며 ‘일본 신교의 자유 및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주제로 순회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
| 신주쿠역 주변에서 일본가정연합 신도 150여 명이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 종교법인 해산명령 청구는 부당하며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호소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한편 이날 오후에는 신주쿠역 광장에서 가정연합 신도 150여 명이 모여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 종교법인 해산명령 청구는 부당하며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호소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시위행사 전 신주쿠역 동쪽 출구에서 환경정리를 위해 쓰레기 청소를 시작한 뒤 4명의 연설자가 거리에 나서 연설을 했다. 신도들은 빨간색 모자를 맞춰 쓰고 목소리를 맞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이후 150여 명의 신도들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신주쿠역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데모행진을 1시간여 동안 진행했다. 때로는 시위를 위한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해 주위의 시민들에게 관심을 끌었으며, 힘찬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신주쿠역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행진하는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일부는 말을 걸거나 나눠주는 전단지를 받아 읽어보는 모습도 보였고, 평소 일본 언론보도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해산명령이 청구된 가정연합 소속 현역 신도들의 모습과 목소리에 관심을 보였다.
현재 일본 사회에서 가정연합의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지난 2년 동안 신도들은 신앙 때문에 직장이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얼굴을 내밀고 목소리를 내는 행위에 참여한 신자들은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미래를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일본 가정연합은 1964년 7월 15일 일본에서 종교법인으로 인정받은 이후 현재까지 60년간 종교법인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일본 내에서 법률을 준수하며 세계평화와 인류화합을 위한 세계적인 선교활동을 펼쳐왔다. 60년 동안 종교법인격을 인정받아 정상적인 활동을 펼친 종교단체가 단 한 건의 형사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종교법인격을 취소하는 소송을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종교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연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