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기고를 작성하는 시점인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치인 ‘1,485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원화 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이다. 혹자들은 경기는 항상 좋지 않다는 표현을 하지만 이번에는 그간의 위기감과 비교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환율 등 지역경제 부담 가중

경제적 위기 우려 요인은 환율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관계, 관세, 안보 등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대한민국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정치적 파장까지 악재로 작용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 위축에 영향을 주면서 내수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소비 진작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예산 조기집행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내년도 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을 예견하며 ‘본예산 조기집행’ 의지를 밝혔다. 경제적 불확실성에서 원화 가치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예산을 조기 집행해 국내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재화가 유통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환율과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 경제의 안정화를 위해 무엇보다 신속한 예산 집행이 필요한 시점임에 동감하면서, 전남도가 여느 광역 자치단체보다 앞장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첫째, 환율 상승은 지역 경제의 근간인 농어업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조기 집행해야 한다. 전남도는 농수산물 생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많은 농어민들은 생산에 필요한 자재비를 보조, 지원받고 있다. 이러한 행정 지원에 의한 품목은 상당량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화 약세로 가격이 상승하면 고스란히 그 피해가 농어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견된다. 예를 들어, 비료와 같은 필수 자재의 가격이 급등하면 농민들은 필요한 생산량을 유지하기 어렵고, 이는 곧 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어업 장비와 연료 가격의 상승은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수산물 공급에도 차질을 빚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남도가 신속히 지원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농어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둘째, 공공사업에서도 환율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남도는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에서 사용되는 건설 자재의 상당 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공사비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만약 예산 집행이 지연되면 물가 상승이 반영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공공사업이 계획된 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에 필요한 인프라가 적시에 구축되지 못하고,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환율 상승과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남도는 공공사업 예산을 조기에 집행해 불필요한 위험 요인을 막아야 한다.



신속 예산집행, 활력 넣어야

전남도가 신속한 예산 집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단순히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조기에 예산을 집행하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특히 지금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 시기이며, 미국의 매파적 금리인상의 시작점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되기 이전 불확실성이 가장 큰 상황이기 때문에 예산 조기 집행은 필수 불가결조치로 사료된다.

필자는 전남도의원으로서 지난 기간 전남도 공직자들의 노고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전남의 공직자들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연말, 연초 가족 지인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라는 격려조차 보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전남도의 공직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읍소드린다. “신속한 예산 집행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