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옥 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
헌정사상 최초로 단행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2차 시도 만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형식적 절차적 정당성마저 무시하고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자행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대한민국의 법치가 살아있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천명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12.3 내란수괴에 대한 단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국가기관 간 충돌을 염려하며 집행과정을 바라본 많은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그동안 비상계엄에 대해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던 대통령은 요새화된 관저에 머물며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해왔고, 국회 침탈에 분노해야 할 일부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비호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46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 계엄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계를 과거로 돌려놓았다.
권위주의 군사정부에서도 마음먹기 힘든 계엄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송받는 대한민국에서 윤석열은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져버리고 오히려 파괴하는 행위를 자행했다.
내란에 동조해 제2의 군사정권을 꿈꾸며 부역했던 전 국방부 장관과 일당들, 그리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치안을 책임져야 할 의무를 져버린 경찰 총수 등은 앞으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기반한 업무수행
대한민국의 법치를 수렁에 빠트린 12.3 내란 사태를 바라보며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는 법적·윤리적 책임과 사명감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어쩌면 공직사회는 12.3 이전과 이후를 기준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무원은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지시에 대하여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그 사유를 상급자에게 소명하고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비록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불법적 지시인 경우, 이를 행한 자 특히 공직자의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더 중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도록 만들었다.
공직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서, 그 책임은 단순히 상부의 명령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기반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요구한다.
국가공무원법은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성실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내란 행위에 종사한 고위직 군경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모든 공직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이다.
영토를 수호하거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업무, 각종 인허가 및 민원을 담당하는 업무, 일반 행정업무를 맡은 공직자 등 대한민국 내 모든 공무원의 업무수행 기준인 것이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게 공직자 사명
언론기사를 검색해 보면 상관의 부당한 지시에 따르다 감사에서 지적받거나, 심지어 처벌을 당하는 사례들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지방의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왔던 위법적 사례들이 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공직자, 그리고 조직 내 분위기를 의식해 상관의 부당한 업무를 수행하며 갈등하는 공직자들을 수차례 본 경험이 있다.
대한민국 내에서 ‘공직사회’라는 단어는 어쩌면 ‘상명하복’의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주의가 정착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일부 공직사회는 ‘명령’과 ‘복종’에 익숙하고, 또 이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12.3 이후의 공직자는 달라지길 희망한다. 자신이 현재 무슨 역할을 맡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을 결심하고 공직에 나왔기 때문에 모든 행위의 기준은 헌법과 법률이 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국민의 피땀으로 일구어 놓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올바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추운 겨울 아스팔트 위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모든 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