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당신과 했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할게요.”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추모식이 열린 지난 18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

희생자 유가족들의 가슴 절절한 편지 낭독이 이어지자 공항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소중한 가족을 하루아침에 떠나보내야 했던 유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에 울분을 토해냈고, 고인이 된 가족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편지 낭독을 위해 무대에 오른 A씨는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A씨는 “지금도 아빠라고 불러주면 대답해 주실 것 같은데 이제 어디에서도 아빠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며 “비행기 탑승객 전원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차라리 아빠의 마지막이 고통이 아니길 빌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수습을 하면서 아빠를 찾고 보내기까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아빠 생각으로만 눈물이 흐른 이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추억이 오겠죠. 지금 생각하면 아빠에게 감사할 게 많고 부끄럽고 쑥쓰러워 말 못했지만 서른 넘은 딸 공주라고 불러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떠난 곳에서 고통 다 잊고 행복한 기억만 갖고 기다리셔야 해요. 아빠는 떠나시는 그날까지 제일 멋진 아빠였어요. 사랑해요 아빠”라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A씨에 이어 추모 편지를 낭독한 B씨도 아빠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며 눈물 젖은 편지를 힘겹게 읽었다.

B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아침 아니길 바라면서 통화 버튼을 백 번은 넘게 누른 것 같다”며 “살아서 만나길 꼭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도했지만 다음 날 새벽 아빠의 차가운 시신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루 아침에 아빠를 보지 못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한 번이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해드릴 걸 후회가 된다”며 “아빠는 단순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이자 멘토였고, 언제나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셨던 순간들이 생각난다”고 울먹였다.

희생자 B씨의 아버지는 당시 초등학생 딸을 위해 퇴근할 때마다 하루도 빠짐 없이 바나나 우유를 사다준 아빠였다. 또 유행에 뒤처지면 안 된다면서 딸을 위해 서태지, 조성모 등 가수 음반이 나올 때마다 사다줬다.

B씨는 “아빠는 단순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이자 멘토였다”며 “어느 때보다 황량하고 공허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따뜻한 미소가 너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 하늘나라에서는 아파하지도 말고 친구분들과 즐겁게 술 한잔 마시면서 행복하길 바란다”며 “언제까지라도 잊지 않을게요. 부디 곁에 없으셔도 아버지의 사랑이 저와 저희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여객기 참사로 배우자와 딸을 잃은 C씨도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추모편지를 읽어나갔다.

C씨는 여객기 충돌 직전 아내가 딸을 품고 있었던 덕분에 상처 하나 없는 얼굴로 딸을 볼 수 있었다.

C씨는 “내 모든 것이었던 아내와 딸을 잃었다”며 “가슴 아프고 슬프지만 아내의 품에 안겨 있었을 딸을 생각하니 고마움에 가슴에 미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딸이 저에게 송금을 하는 꿈을 꿨다”며 “딸에게 무슨 돈이야 물었더니 ‘외로움값’이라고 하더라, 이제 외로움 값이 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외로움 값은 아내와 딸을 사랑해주고 남겨주신 분들과 함께 봉사하며 갚아나가겠다”며 “이제는 저를 포함한 남은자들은 이별을 맞이했지만 2024년 끝자락 별이 된 179명 고인의 모두 평온한 별이 되길 바란다”고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