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지사에 뜻을 둔 후보군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정국을 뒤흔들 변수들이 적지 않지만, 일찌감치 신발끈을 조여매는 인사들의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선거전의 조기 점화와 합종연횡 등에 지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내년에 치러지는 전남지사 선거와 관련,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단연 김영록 현 지사다.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에 발군의 행정력으로 대변되던 김 지사는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연일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SNS에 30여건의 메시지를 남겼고, 이중 22건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탄핵, 수사, 국정 등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 “민주주의를 80년 그 이전 군사정권 시절로 후퇴시켰다”고 직격한 뒤 탄핵소추안 표결, 체포 거부, 구속기소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필귀정’, ‘단죄’ 등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또 가수 나훈아의 이른바 양비론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내란특검법 거부권 행사 등에 대해서도 분명한 어조로 폐부를 찔렀다.

김 지사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비상계엄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사표를 내야 될 것 같다 생각했다”며 “이번 기회를 대한민국 재창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도 김 지사의 존재감을 확연히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도정 현안과 실질 지방자치 실현 등에 천착해 왔던 김 지사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가시화되는 조기 대선과 맞물려 호남주자론에 우선 힘이 실린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남도 행정부지사 역임 후 18·19대 재선 국회의원, 농림부장관 등 다채로운 스펙은 호남 출신 차기 지도자의 배경 중 하나다.

김 지사 역시 “호남의 파이와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밝히는 등 호남주자론에 호응하고 있다.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 국립 의대 설립 등 지역균형발전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두되는 ‘호남 총리론’도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내년 지방선거 도지사 3선 도전도 김 지사가 꺼내들 수 있는 유력 카드 중 하나여서 도정의 안정성에 더해 김 지사의 정치적 선명성은 앞으로 더욱 분명해 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명으로 최고위원에 임명된지 넉달 만에 직을 사퇴한 주철현 의원의 행보도 관심이다.

주 의원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본래의 자리인 전남도당 위원장 역할 수행에 전념한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주 의원이 조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사퇴한다고 밝히는 등 도지사 준비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움직임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 의원은 여수 출신으로 여수시장을 지냈다.

일찌감치 전남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이개호 의원도 일단 조기 대선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만큼 재경 호남향우회 회원들을 접촉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또 지난 2018년 전남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김영록 지사와 경쟁을 벌인 신정훈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고, 3선 무안군수를 거쳐 3선 국회의원인 서삼석 의원도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비상계엄 전 전남지사 선거와 관련해 계획했던 부분들을 모두 조기 대선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고, 우선 대선 승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무소속인 노관규 순천시장도 후보군으로 오르 내리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차기 전남지사 선거전의 최대 관심사는 김영록 지사의 3선 도전 여부다”며 “김 지사가 존재감을 어필하며 단연 앞서는 형국이지만, 조기 대선과 이후 당내 역학구도, 후보군의 합종연횡 등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는 만큼 내년 선거는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