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관세폭탄’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멕시코·캐나다의 유예로 본격적인 관세전쟁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관세를 무기로 세계 곳곳을 압박하는 만큼 한국도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수출 중심 경제, 그중에서도 미국 의존도가 높은 광주지역에는 이번 상황이 유례없는 경제 대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트럼프 발 관세폭탄에 대응하는 지역산업 기상도와 대응책,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실제 국내·외 관세가 부여된다면 광주지역에는 핵폭탄급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에서 대미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핵심산업들도 북미 판매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4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무려 25% 전면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두고 한 달 유예키로 결정했다. 국경 지역에 대규모 군인을 즉각 배치하는 등 펜타닐 유입과 불법 이민 차단 노력에 합의하면서다.

중국산 제품 10% 추가 관세 조치는 연기 없이 이날 발효됐다. 중국도 즉시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다만 시행 예정인 오는 10일 내 협상을 통해 중국에게 원하는 바를 이뤄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관세압박만으로도 미 남북 국경 강화 효과를 얻어냈다. 앞으로도 관세를 협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음 차례인 유럽연합(EU)으로도 관세 부과 확산 뜻을 밝히는 등 보호무역 기조를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는데 곧바로 한국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핵 등 정치적 혼란이 마무리되면 트럼프가 앞서 주장했던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대미무역 흑자 조정, 대중국 견제 등을 두고 관세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관세가 부과되면 특히 광주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상당해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광주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은 33.1%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비교했을때 울산(26.6%), 세종(24.6%), 대구·대전(23.4%), 경남(22.7%) 등을 훌쩍 넘어 전국 최고다. 전남은 대미 수출 비중이 7.7%로 가장 낮지만 수출액은 35억 달러에 달한다. 품목별로 광주 수출 비중 1위인 자동차는 대부분 기아 오토랜드 광주가 생산하는데 지난해 지역 수출량 56.5%(38억 달러)가 미국으로 향했다.

수출 비중 5.4%를 차지하는 냉장고는 삼성전자 광주공장 비중이 높다. 2024년 수출 8억3,400만 달러 중 6억 5,100만달러, 무려 78.1%가 미국행 배에 올랐다.

고무제품 부문에서는 금호타이어에서 생산하는 타이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 7억 9,000만 달러 중 11.2%(8,900만 달러)다.

지역 주요 기업들은 현재 관련 내용이 수시로 변경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 속단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K4 차량 약 12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외 수출 제재가 가해진다면 판매 지역을 다각화 하는 등 관세 영향 최소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낸 금호타이어는 현재도 미국에서 반덤핑 관세를 부여받고 있다. 트럼프가 자국 산업 보호 명분을 내세운 만큼 관세율이 지금보다 인상될 가능성이 보여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당했었다. 현재 통상정책 변화가 심해 확정된건 없지만 미국공장 확대 등 세계 생산거점의 물량 조정에 고심중이다.

이같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곳들이 부진하게 된다면 많은 협력사들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수 만명의 직원과 그 가족들의 소비심리는 더 위축되고 유통업계, 전체 중소기업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혹시 모를 위기를 극복할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미국 우선주의 강화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심화 등으로 지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가전 등의 대미·대중 수출타격이 예상되고 무엇보다 내수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광주 지역경제와 지역 기업들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은 국내투자의 세제감면 혜택 강화, 수출 다변화 지원책 마련을 통해 보편 관세부과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산업별 맞춤형 대응체계를 서둘러 구축해 수출강화 지원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