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여객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항공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시민들의 항공권 취소와 여행 자체를 망설이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여행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일 광주·전남지역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전남 670개 여행사가 판매했던 여행 상품 927건 중 96%(891건)가 취소되면서 여행객 8,167명 중 7,703명이 여행을 포기했다.

같은 기간 광주지역 110여 개 여행사가 모집한 3월까지 무안공항을 이용해 동남아, 일본 등으로 가는 패키지 여행 상품 1,200건도 모두 취소된 상태다.

지역 여행사들이 무안국제공항에서 310㎞ 떨어진 김해국제공항과 350㎞ 떨어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 출·귀국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 마저도 광주·전남에서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여행객들이 이용을 꺼리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 여행사들이 당장 휴·폐업 여부까지 검토하면서 생존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순천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항공기 사고 소식에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대부분 여행 취소 문의다”며 “하루빨리 항공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돼야 여행업계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여행업계를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상황에 무안공항 폐쇄 연장,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사고 , 미국에서 잇따라 전해져오는 항공기 사고에 이르기까지 악재에 악재가 겹쳐 코로나19 시절보다 더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며 “여행 업계에서는 여행 특수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 한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무안 남악 한 여행사 대표는 “무안국제공항 폐쇄가 끝나는 4월부터는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려 했지만, 10월까지 또 다시 연장 됐다는 소식에 이제 여행업을 접어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며 “가까운 김해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지만, 최근 화재사고로 김해공항을 이용하려던 손님들의 환불 연락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BX391편)여객기 후미 수화물 선반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승객 176명이 긴급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 3명이 타박상을 입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제주항공(JC2216편)여객기가 추락해 콘크리트 소재의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해 승객 175명과 승무원 4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오후 8시 47분께 미국 워싱턴 D.C. 인근 포토맥강 상공에서 여객기와 군용헬기가 충돌해 탑승자 67명이 사망하는 등 국내외 크고 작은 항공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잦은 항공사고 소식에 시민들은 “해외여행은 안전이 최우선인데, 요즘 항공기 사고 소식을 들으면 불안해서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설 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서는 “비행기 타기가 두렵다”, “대한항공 등 FSC 항공사가 아니면 타기 어렵다”, “당분간 해외여행은 취소하겠다”등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던 직장인 임모씨(26·서구)는 “원래 3월쯤 동남아(베트남·태국)여행을 계획했지만, 최근 항공기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니 불안해서 여행을 취소할까 고민 중이다”며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LCC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사진작가 김모씨(26·순천)도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평소 LCC항공을 이용해 여수∼김포·제주 노선을 자주 이용한다”며 “최근 제주항공·에어부산 등 LCC 여객기가 추락·화재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보니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집과 가까운 여수공항 로컬라이저 높이가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된 4m 높이 둔덕 위에 설치돼 6m에 이른다고 들었다”며 “제주항공 참사의 큰 피해 원인으로 추정되는 로컬라이저가 2m 둔덕이었는데 지역 주민으로서 너무 무서워 여수공항을 이용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인하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이상복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운항 횟수가 증가하면서 사고 발생 빈도 역시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실제 사고 발생 확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항공 안전 수준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공기 사고 발생 시 여러 국가 기관이 협력하여 투명하고 철저하게 사고 원인을 조사해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정 및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항공 업계는 지속적인 시스템 개선과 교육 강화를 통해 이용객이 믿고 탈수 있도록 안전한 항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