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감염병이 지역사회와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긴 시간 동안 바이러스와 싸우며 얻은 교훈을 다시금 활용할 상황이 드리웠다. 지역사회 전역에서 또 다른 감염병, 독감(인플루엔자)이 급속히 확산하는 심각한 상황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은 현재 독감 유행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지난해 12월 첫째 주 기준으로 전남 지역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5.2명이었으나, 넷째 주에는 99.5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인 73.9명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이처럼 가파른 확산세는 지역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 계층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독감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다. 갑작스러운 고열, 기침, 인후통 같은 증상을 동반하며, 소아의 경우 오심, 구토, 설사 등과 같은 소화기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층에서의 높은 감염률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연령층 별 1,000명당 감염률은 7~12세의 경우 147명으로 가장 많고, 19~29세가 139.6명, 13~18세가 116.5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는 가정, 학교, 직장 등 지역사회 전반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독감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유행 중인 독감 바이러스가 예방접종 백신주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백신 접종만으로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남 지역의 예방접종률은 여전히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예방접종률은 60.9%, 임산부는 49.4%로, 각각 전국 평균인 65.7%와 56.1%에 미달하고 있다.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낮은 접종률은 지역 사회의 면역 방어벽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전남 지역 병원들의 응급실을 찾아가보면 독감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남의 만성적인 의료 인력 부족 현상으로 인해 독감 유행이 더욱 확대될 경우 의료 인프라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전남은 의사, 병상 수가 전국 평균에 비해 매우 부족한 지역이다. 이는 입원이 필요한 중증, 고령 독감 환자 급증 시 병상 부족과 의료진 과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조건들은 지역사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독감 예방은 개인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예방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어린이, 임산부, 고령층은 반드시 접종해야 하며, 접종 가능한 의료기관은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방접종은 독감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70%, 사망 위험을 85%까지 줄이는 효과를 지닌다. 둘째,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외출 전후 흐르는 물에 손 씻기, 기침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 가리기,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실내 환기 자주 하기 등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예방법이다. 셋째,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은 항바이러스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

지역 사회와 가족 간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학교와 유치원은 감염 의심 학생의 증상 확인을 철저히 하고, 직장에서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독감의 확산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 전남도민들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미 감염병에 대한 대응 경험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배운 개인위생 수칙 준수와 지역사회 협력의 중요성은 독감 확산 방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도민 모두가 협력해 예방 접종과 위생 수칙 준수에 적극 동참한다면, 우리는 이번 겨울에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