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의 정치판. 미국인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스럽다. 동포사회도 덩달아 요동을 치고 있다. 두셋만 모여도 언쟁이고 꼴사나운 모습을 여기 저기 목격한다. 글로벌 10대 경제대국으로 잘 살게 된 친정, 대한민국 동포들도 이제는 잔잔한 행복을 누릴 때도 됐건만 여전히 친정을 걱정을 해야한다니 안타깝다.

하지만 나의 상제님은 항상 불행 속에 뒤로는 희망을 주신다. 나는 한국의 20대 청년들에게서 그런 희망을 발견한다. 그들은 ‘공정(fairness)’을 외치고 있다. 페어플레이 사회를 향한 그들의 외침이 시대의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 들린다.

‘공정’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다. 30여년 넘은 얘기다. 미국 이민 초기 우리 아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니까. “우리 엄마는 붸페식당에서 나에게 8살이라고 하라고 거짓말을 시킨다?” “우리 아빠는 극장에서 나를 찾으며 아주 큰 소리로 ‘영식아! 영식아! 부른다?”



한인 이민자 부모들 무지함에 당황

SNS 커뮤니티 대화방에서 한인 아이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누며 자기들 부모들을 놀려대는 걸 엿보았던 것. 부모들을 흉보는 조크였지만 나에게는 조크라기 보다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한인 이민자 부모들이 무지한 세대인가 자책했다. 미국에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룰교육과 공중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자랐던 아이들에게 한국식 ‘적당주의’ ‘꼼수’는 몰상식한 짓거리였던 것이다. 그들 눈에 보이는 부모세대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그들의 조크를 듣고 정말 창피 했었다.

하나가 더 있다. 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에게 반항할 나이 때였다. 아이들이 불만을 터뜨릴대마다 “It’s not fair(공정하지 않아요)” 라고 했다. 그럴때 마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난감했는지 모른다. “It’s not fair”는 미국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인데 자신이 불공정하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다. “공평하지 않아”라는 의미를 넘어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자연스런 말이다. “왜 동생은 늦게까지 놀아도 되고 나는 안돼? It’s not fair!” 결국 “나도 똑 같이 대우받아야 해”라는 말이다. “내가 왜 설거지해야 해? 오빠는 안하는데!” 이는 억울한다는 뜻이다. “엄마가 가게도, 음식도, 빨래도…모든 집안밖 일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 아빠는 맨날 골프치며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엄마에게 큰 소리만 친다?”며 ”It’s not fair”라고 했을 때 “당신은 도대체 뭔데?”라는 말이었던 것이다.

미국은 개인의 권리와 공정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강한 상식사회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게 ‘공평함(Fairness)’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억울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시하도록 교육시킨다. 하지만 사실상 인간은 이런 것을 가르치지 않아도 불공정한 상황을 마주치게 되면 누구나 스스로 부당함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풍요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한국 청년들이 그걸 느끼지 못할까. 부자 나라가 됐으니 부를 공평한 방법과 몫으로 나누고 나눔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일수록 공정한 분배가 국민의 행복을 극대화시켜 주는 일임을 선진사회가 이미 보여줬다. 공정에 대한 한국인들의 요구는 이미 수년 전 소위 ‘입시비리 사건’에서 싹이 텃고 이제는 20대 젊은이들이 봇물처럼 “It’s not fair”를 외치고 있는 것 같다. 나라 걱정이 태산인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카톡 메세지를 보냈다.



청년들, 정치적 이념따위 관심 없어

“우리 세대가 문제아야. 걱정할 건 우리 자신이지. 우리가 잘해야 해. 한국사회의 희망은 이제 20대 젊은이들임에 틀림없어. 2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인간도 아니야. 내로남불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꾼들이 특히 창피한 줄 알아야 해.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가 창피한 꼰대 모습을 보여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졌어. 아이들에게서 it’s not fair 소리 듣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하고”

“생각해 보시게!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자신들이 사실상 그렇게 살았지 않나? ‘공정’ 보다 ‘의리’를 앞세워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 적당히 봐주고 끌어주고 살았지 않나. 빽없는 놈은 ‘빽’하고 죽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나. 준법보다 요령과 꼼수로 살았지 않나. 그렇게 살았던 놈들이 더 잘 살고 출세하고 정직하게 살았던 놈들은 패자가 되지 않았나. 배웠다는 놈들끼리 권력 가진 놈들끼리 서로 고급 정보 주고 받으며 부까지 독점하고…. 우리 20대 청년들은 이제 그렇게는 못살겠다는 것 아닌가? 그들 눈에는 아직도 그런 웃기는 짓거리들이 뚜렷이 보인다는 말이 아닌가. 그들을 위해서라면 우리같은 꼰대세대들은 이제 빨리 지구를 떠나주어야 해 ㅎㅎ”

이번 탄핵정국을 건너면서 젊은세대 목소리가 공정사회로 가는 이정표가 되기 바란다. 잘살게 된 대한민국, 민주화된 대한민국, 이제 청년들이 뭘 더 걱정해야 할까. 반미? 반일, 반중? 반공? 그들에게 그런 정치적 선동이나 이념따윈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닐터다. 그들의 걱정은 자기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의 판세를 공정하게 만드는 일일거다. 젊은세대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우리 기성세대 모두에게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