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오는 15일 극우 보수단체의 대규모 광주 집회가 예고된 가운데 이들 단체들이 지역갈등 조장을 통해 의도적으로 광주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종교단체 등 지역사회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광주의 성숙한 민주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 극우 유튜버 집회에 이어 보수단체 세이브 코리아가 오는 15일 금남로 일대에서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를 개최키로 했다. 이날 집회에는 극우 유튜버들은 물론 최근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일타 강사 전한길씨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강기정 광주시장이 11일 강한 어조로 “극우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5·18민주광장 집회 불허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지역내 반발 확산세에 불을 붙였다.

강 시장은 이날 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차담회에서 “극우 유튜버 안정권, 극우 일타강사 전한길 등 내란동조 세력이 잇달아 광주를 찾아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이들은 폭력과 혐오, 내란선동과 가짜뉴스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들이 집회를 하려고 하는 5·18민주광장과 그 주변은 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민족민주성회를 열어 서로 안부를 묻고 대책을 논의한 공간이고, 12·12전두환 쿠테타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맞서 싸웠던 현장이다. 이 민주광장에 내란 선동 세력이 들어설 자리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어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 현 상황을 헌법을 지키려는 호헌세력과 헌법을 부정하는 내란세력 사이의 싸움으로 규정한 뒤 “광주는 반헌법, 반민주주의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충돌을 유발하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집회를 강행하는 극우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 광주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노선이다. 광주는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낸 도시다. 광주는 어제도 오늘도 헌법 질서와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광주시는 15일 집회에서 무분별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폄훼·왜곡 발언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키로 했다.

박용수 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은 “15일 집회에서 5·18 관련 허위사실 유포행위가 확인될 경우 5·18특별법 8조에 의해 바로 고발조치 할 것”이라며 “경찰과 협조해 당일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에 이어 광주교회를 대표하는 광주시기독교교단협의회 등도 성명을 발표하고 보수단체 광주집회를 반대하고 나섰다.

광주시기독교교단협의회는 이날 “5·18 광주 정신을 폄훼하고 사법체계를 능멸하며 기독교신앙을 오염시키는 극우집회는 광주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극우세력의 집회 철회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이어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심판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맡기고, 나락으로 떨어진 국격회복과 민생안정, 국민의 평안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진보와 보수를 떠나 헌재와 법원 등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체계를 무시하고 극한의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극우집회는 결코 기독교의 정신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광주지역 17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도 “이들의 의도는 분명하다”며 극우단체 집회에 대한 대응을 예고했다.

광주비상행동은 “‘세이브코리아’라는 극우 내란동조 집단이 15일 수천명을 이끌고 광주 금남로를 침탈하겠다고 광분하고 있다”며 “이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저지했던 민주정신의 근원지인 광주를 공격해 윤석열 탄핵과 파면을 무위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내란 세력의 의도된 도발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란공범, 동조집단들은 윤석열을 비호하며 폭력과 왜곡, 조작을 앞세워 대한민국을 정치적 내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이제 더 이상 내란집단의 난동을 그냥 둘 수 없다. 광주에서의 반격을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역내 반발여론 확산 속 지나친 대응이 자칫 15일 집회의 의도에 휘말리면서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지역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 시장은 이날 차담회 도중 “5·18민주광장과 그 주변을 물리력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시민들과 자칫 의도치 않은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고, 보수단체들이 그런 충돌을 바라거나 유도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극우단체들의 광주 집회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고 광주가 추구하는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면 된다”며 “시민들 모두가 성숙한 민주의식을 믿고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비상행동은 12일 오후 2시 5·18 민주광장에서 ‘광주시민 총궐기 호소’ 기자회견을, 15일 오후 4시부터는 5·18민주광장에서 탄핵 찬성 집회를 연다.

세이브 코리아는 15일 오후 2시 금남로 무등빌딩 앞에서, 보수유튜버 안정권씨는 오후 1시 전일빌딩245 건물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갖는다.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탄핵 찬반 단체의 충돌이 우려되는 만큼 경찰은 집회에서 벌어질 불상사 등을 대비하고 있다.

윤승한·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