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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대립 희생자들, 아픔치유·명예회복 적극 나서라”
■ 르포 - 제77주기 제주 4·3 추념식
선량한 양민 수만명 목숨 잃어
77년전 아픔 회상 곳곳서 눈물
“평화·인권 소중함 기억되길”

2025. 04.03. 19:42:31

4·3유가족 김정숙씨가 3일 4·3평화공원 내 각명비 앞에서 부친의 명복을 빌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경찰의 칼에 귀가 잘렸습니다. 그리고 육지로 끌려가 돌아가셨어요. 무고한 희생 기억해야 합니다.”

제 77주기 제주 4·3 추념식이 열린 3일 오전 10시께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평화공원은 77년 전 국가 폭력에 희생된 제주도민을 추모하는 이들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간절한 염원이 뒤섞인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행사장에 모인 이들은 극심한 이념 대립의 시대, 무고한 양민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던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 소환하고 있었다. 추모객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였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했다.

추념식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오영훈 제주도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김창범 4·3유족회 회장 등 각계 인사와 유족, 도민들이 참석했다.

77년이린 시간이 흘렀건만 자식과 형제, 부모를 잃은 유족들의 가슴속 깊이 박힌 회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오전 10시께 제주도 전역과 추념식장에 1분간 추모 묵념 사이렌이 울려퍼진 뒤 본행사가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국가 폭력으로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며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창범 제주 4·3 유족회장은 “4·3광풍 속에 살아남은 저희 유족들은 그 어디 하나 의지할 곳도 없이 눈물로 세상을 살아왔다. 가족이 학살 당한 슬픔으로 목구멍까지 울음이 차 올라와도 그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4·3에 대한 그 어떤 말조차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엄혹한 시절도 보내야만 했다”며 “제주 섬에 다시는 4·3과 같은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4·3 유가족 김정숙씨(81)는 “아버지는 경찰과 서북청년단을 피해 학교에 숨었다가 발각되 귀가 잘리는 부상을 입었다”며 “피를 흘리며 ‘도와달라’고 몸부림쳤지만 이후 경찰과 육지로 나가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5·18은 ‘5·18 민주화운동’이라 불리지만 제주 4·3은 아직도 제대로 된 이름 없이 ‘4·3’으로 불리고 있다”며 “제주평화기념관에 놓여있는 백비에 올바른 이름을 새기고 이를 바로 세우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제주4·3의 역사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사로 기억돼야 한다”며 “제주 4·3의 기억이 광주 5·18 정신과 함께 진실과 정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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