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장기화,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도 고군분투해 수출 호조세를 누리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노동조합에게 발목이 잡혀 파국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노조가 노사민정 각계가 고심 끝에 도출한 중재안 수용을 거부하고 경영진에게 위법 소지를 남기는 무리한 요구 및 파업을 이어갈 구상이기 때문이다.

입사 시 스스로 서명한 상생 협정서는 부정하고 회사의 안위는 외면한 채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GGM 등에 따르면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는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의 갈등 조정 중재안 수용을 거부했다. 파업을 유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전날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GGM 갈등 해결을 위한 조정·중재안을 마련해 노조와 경영진에 권고했다.

노조에는 35만대 생산목표 달성 때까지 파업을 유보하고 노사상생협의회의 역할 존중, 35만대 생산목표 조기 달성을 위한 2교대 근무 적극 협력을 제안했다.

경영진에게는 노조·상생협의회 활동에 필요한 사무실을 제공하고 조합비 일괄공제(Check-off), 단체교섭 시 근로시간 면제 범위 확대(4시간→8시간), 공급물량 확대(2교대 도입) 및 신규모델 도입 등 비전 제시, 공동근로복지기금 확대 등 내용이 전달됐다.

사측은 “노사상생발전협정서의 취지와 맞지 않은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음에도 설립 기반인 노사민정협의회의 뜻”이라며 즉시 받아들였다.

광주시도 공동복지프로그램(사회적 임금) 적극 이행, 공동근로복지기금 증액, 주거지원비 현실적 수준 지원 등 중재안을 즉각 수용했다.

반면 노조는 “파업할 권리를 봉쇄하는 광주시 노사민정 협의회의 조정·중재안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여기에다 “협상력의 근간인 파업을 유보하라는 것은 손발을 자른 식물노조로 교섭하라는 뜻”이라고 덧붙이며 언제든 부분·단체 파업 여지를 남겨뒀다.

GGM은 지난해 ‘캐스퍼 일렉트릭’ 양산을 기점으로 날개를 달았다. 전세계 66개국에 수출중이고 물량도 지난해 4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또한 생산 계획을 웃도는 수요가 몰려 차량 인도까지 1년 가까이 걸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2교대 반대 등 생산량 증대를 위한 사측과 반대되는 행동을 일삼아왔던 노조가 또 이날 상생 의지를 져버리면서 GGM의 앞날에 비상등이 켜졌다.

다만 잦은 파업으로 인한 임금 감소 부담에 노조 활동 동력은 초기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제조업체 한 노조 관계자는 “무노조·무파업 등이 노동 3권에 어긋나는건 맞지만 설립 기반이자 입사 시 동의했던 협정서를 이제와서 부정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회사가 힘들때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것도 노동조합의 역할이다. 신생회사로 아직 경영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러한 무리한 요구는 조합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조합원 수가 과반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