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은 태양의 황경이 15°에 이르는 음력 3월, 양력 4월 5일경으로 춘분과 곡우 사이에 있다. 또 이날은 한식의 하루 전이거나 같은 날이어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말이 있고 식목일과도 겹친다. 농본시대에 농가에서 봄 일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다.

이 무렵 논밭둑을 손보며 못자리판 만들 준비도 한다. '청명에 어지러이 비 내리니, 나그넷길 마음 서글퍼지네, 주막이 어디쯤인가 물으니, 목동이 저만큼 살구꽃 핀 마을 가리키네.'는 당나라 시인 두목(803~853)의 칠언절구이다.

한식은 우리 5대 명절인데, 설날, 정월 대보름, 단오, 추석은 음력 기준이나 이날은 태양력인 24절기이다. 한식은 이날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옛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고사에 이날 비바람이 심해 불을 피우지 않았다는 설과 춘추시대 진나라 충신 개자추의 혼령을 위로함이라고 한다. 개자추는 진나라 문공의 19년간 망명 생활에 충심으로 보좌하며, 문공이 고기가 먹고 싶다 하자 자기 허벅지살을 도려내 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군주가 된 문공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모두 등용했으나 개자추는 잊어버리고 부르지 않았다. 이에 개자추는 면산에 숨어 나오지 않았고 뒤늦게 문공이 개자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려고 불까지 질렀지만, 끝끝내 나오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숨졌다.

이에 문공이 개자추가 죽은 날 불 사용을 금해 찬밥을 먹는 풍속이 생겼으니 바로 한식이다. 또 한식은 고대에 종교적으로 매년 봄 나라에서 새 불을 나눠주며 예전의 묵은 불 사용을 금지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의 '청명조'에 기록된 우리나라 한식 풍습이 있다.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은 다시 이 불을 신하들과 360곳의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주었다. 이를 하사한 불이란 뜻의 '사화(賜火)'라 했다. 이때 이 하사불을 수령들은 불이 꺼지지 않게 불씨통에 담아 한식날 다시 백성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불씨통은 뱀 껍질이나 닭 껍질로 만든 주머니로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 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 그렇게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어야 해서 한식이라고 했으며 이 불을 나누어주는 것은 나라의 중요한 의식이었다.

또 민간에서는 이날은 손 없는 날이라며 조상의 산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거나 무덤에 떼를 입히고 다듬는 등 묘일을 했다. 우리 선조들은 묘일이나 이사 등 큰 행사에 '손 없는 날'을 골랐다.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며 사람과 일을 방해하는 귀신이 바로 '손'이다. 이 손은 음력으로 1이나 2인 날은 동쪽, 3이나 4인 날은 남쪽, 5나 6인 날은 서쪽, 7이나 8인 날은 북쪽에 있다. 또 9와 10인 날은 손이 하늘로 올라가기에 '손 없는 날'이고 모두 음력이 기준이다.

예전 식목일이 법정공휴일이었을 때 식목일에 이 한식을 함께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기후 변화로 나무 심기에 적합하지 않고 나무 심는 일이 국가적 행사에서 벗어나면서 식목일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한식에 묘일을 하는 풍속이 다른 쉬는 날로 바뀐 듯싶다. 그리고 동학인 천도교의 창시자 최제우가 1860년 음력 4월 5일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천도교에서는 음력 4월 5일을 기념하였고 1908년에 천도교 4대 교주 박인호가 음력에서 양력으로 옮겨 양력 4월 5일을 주요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이렇듯 오랜 세월 동안 조상 때부터 내려온 풍속이나 관습도 세월과 함께 변화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는 시대의 변화가 우리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때로는 아쉽기도 하고 가장 소중했던 가치관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돌아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것이 사라져버리고 볼 수 없는 것이 많다. 교회의 종소리, 거리를 걸을 때면 듣던 전파사의 음악, 맞춤 구둣방, 양복점, 이발소, 예식장도 보기 힘들다.

이에 반해 장례식장과 요양원은 늘어간다. 그뿐인가? 세대에 따라 선호하는 음식이 달라지고 보양식으로 여기던 음식이 기피 음식이 되기도 했으며, 주거 변화로 김장 풍습도 달라졌다.

대가족이 핵가족이 되더니 아예 홑가족이 많아지고, 인구 절벽과 초고령화 시대가 눈앞의 재앙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이 변하겠는가?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또 이겨내며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