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14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12·3 비상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형사재판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헌재에서 파면 결정이 선고돼 민간인이 된 이후 열흘 만으로 내란죄 성립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형사재판은 헌재 탄핵심판보다 증거능력을 엄격히 따지기 때문에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유무 등 입증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역 법조계 역시 이제는 내란 우두머리와 그 공범자들을 단호히 단죄해야 할 때라는 입장 속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을 즉각 구속하고 신속한 재판으로 사법적·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김정희 변호사는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현 정부는 윤 전 대통령의 기조를 유지하며 아직도 정치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의 의지인지, 어떠한 조직적인 관여가 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그와 함께하는 인사들의 정치 활동을 막는 것이 제2의 계엄 또는 내란을 막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비상계엄에 참여했던 이들에 대한 온당한 처벌이 필수적이다”며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했던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 요건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공방이 오고가겠지만 비상계엄을 온 국민이 지켜봤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전두환 등 쿠데타 세력에 의한 국정 전복 시도는 분명히 내란이라고 했던 판례가 있다”며 “다만 형사재판이 길어지게 될 경우 사회적 대립과 분열,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민들 역시 탄핵 선고 이전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와 불안이 지속되면서 불멸의 밤을 지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헌재와 형사재판에서의 증거 채택 방법이 달라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내란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집중 심리로 재판이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창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도 탄핵 이후 가장 우선돼야 할 과제로 내란세력 척결을 꼽았다.

송 부지부장은 “대통령 선거 일정이 공식화되면서 관심이 대선으로 쏠릴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형사재판이 빨리 진행돼 내란세력을 엄중히 단죄하는 것”이라며 “비상계엄에 연루된 이들을 추가 조사해 기소해야 되고, 정치적으로 내란을 옹호했던 세력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직 파면으로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잃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며 “증거인멸 우려가 큰 상황이라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해 재판을 받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상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내란죄 자체가 정치적 성격이 강한 범죄이므로 법리적 해석보다는 정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도 이점을 알고 야당의 탄핵 시도와 국정 비협조에 대한 대응이었을 뿐, 국가 전복이나 헌법 질서 파괴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지세력 결집을 통해 형사재판이나 여론전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비상계엄은 모든 국민이 확인했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은 내란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치권이 권력에만 몰두하고 법치주의를 경시하는 행태는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새 정부에서는 국회와 정부, 사법부 모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확립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