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광주시가 이번 조기 대선 국면에서 치켜든 주요 현안 중 하나는 한국문화기술연구원(CT 연구원) 건립이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CT 연구원 건립은 관련법 미비, 중앙부처간 이견 등 이유로 18년째 답보상태며, 광주시는 이번 조기 대선을 계기로 사업 재추진 동력을 반드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CT 연구원은 콘텐츠 산업 핵심기술 개발과 문화산업 활성화 등을 지원하는 국책 연구기관으로,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설립 지시로 추진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비 1,987억원을 투입해 연구원·행정 인력 300명 규모의 기관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CT 연구원 설립은 2007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 종합계획 반영을 시작으로 역대 정부(박근혜·문재인·윤석열) 국정과제와 지역 공약으로 제시돼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기관 설립을 두고 중앙부처간 의견이 갈리면서 사업은 지금껏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업 주관 부처인 문체부는 CT 연구원 설립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해 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기능 중복, 광범위한 문화기술 분야, 부지 미확보, 사업 추진 시급성 미흡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을 통해 한국문화기술연구소(CT 연구소)를 설립했지만, 지난해 기준 연구·운영 인력 19명, 연구·운영비 32억원 수준에 불과해 전담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 낮은 시급성 등을 이유로 한해 50억원에 육박했던 연구소 예산 규모도 점점 축소되고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공간 컴퓨팅, 생성형 콘텐츠 등 첨단·문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가 차원의 문화 산업 육성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문체부 또한 최근 문화한국 2035 비전을 제시하고 문화기술 연구개발(R&D)과 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 문화 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오징어게임, 기생충, BTS 등 우리 문화콘텐츠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문화 육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은 부족한 상황이다”며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항공우주기술(ST), 환경공학기술(ET) 등 6대 미래유망신기술 중 문화기술(CT)분야만 국가 주도의 연구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높은 성장 가능성과 부가가치, 고용 창출 효과 등 성과를 내고 있는 문화콘텐츠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부가 더 이상 CT 연구원 설립 사업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박균택·안도걸·양부남·전진숙·정준호·정진욱·조인철 의원 등 광주 지역구 국회의원 8명이 공동 주최하고 광주과학기술원과 한국문화기술연구소가 주관한 CT 연구원 설립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려 연구원 설립 사업 추진 방향이 논의됐다.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GIST, 실감콘텐츠큐브, 인공지능 집적단지 등 문화기술 관련 핵심 인프라가 집약돼 CT 연구원 설립의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예술과 첨단기술이 유기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정책·지리적 기반을 고루 갖춰 연구기관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지속 성장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는게 광주시의 주장이다.

시는 특히 21대 대선을 계기로 CT 연구원 설립을 차질없이 추진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법·제도 보완, 기관 역할 분담 등은 연구원 건립 사업 추진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운영법을 개정해 설립 및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CT 연구소, 문화체육관광기술진흥센터, 광주과학기술원 등 기존 조직과 기능적 협업 및 연계 방안 모색도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 산업 수요 파악, AI 융복합 대응 전략 마련, CT 용어 범위 설정과 개념 정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광주시 관계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실감콘텐츠큐브, AI 인프라 등은 CT 연구원 설립 사업의 재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며 “중앙 부처 설득, 정치권 협의 등 당위성을 피력하면서 정부 추경 예산 건의, 자체 타당성 용역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