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지역사회에서는 사회대개혁과 개헌을 통해 보다 견고하고 실질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염원을 나타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순간까지 한국 민주주의 구조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승자독식의 경쟁 논리가 정의가 되는 왜곡된 사회 질서를 바로잡고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선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분권에 기초한 지역 균형 발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영태 전남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는 15일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사회대개혁 추진 방향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광주비상행동은 사회대개혁 과제로 10대 분야 50개 의제를 제시, 내년 지방선거까지 개헌이 필요하다는 시민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치권에 시민사회와 국민이 참여하는 범정부 기구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최 교수는 “현재 광주·전남의 경우 인구 절벽 현상이 심화돼 지역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지역 균형 발전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며 “앞으로 대선에 출마할 후보자들이 지역을 겨냥한 공약을 발표할텐데, 광주시와 전남도는 시민단체와 협력해 잘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 발전에 국한할 것만 아니라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역 발전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후보자들에게 제시해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며 “특히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하며, 지방분권 강화와 양원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함께 내란 세력 척결도 앞으로의 과제다”며 “나머지 잔존 세력 청산은 사법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우식 광주비상행동 대변인은 “이제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사회 근본적인 체제 교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기 대변인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개헌 위원회를 차기 정부의 공식 기구로 출범시켜야 하며, 지방선거 시기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새로운 공화국을 출범시켜야 한다”며 “대선 전 개헌이 어렵더라도 대선 후보와 정당들이 차기 정부에서 개헌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의힘 등 내란 관련 정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시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새 정부가 ‘국민개헌위원회’를 국가위원회로 격상시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운기 광주YMCA 사무총장은 청소년과 청년이 지역사회 구성원이자 역사 발전의 주체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K-집회로 불릴 정도로 청소년과 청년의 참여는 집회·시위 문화를 바꾸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며 “특히 광장에서 보여준 청소년과 청년들의 모습은 앞으로 지역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참여와 주체적인 역할을 기대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있으며, 현 정부에서는 이들의 사회 참여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충분한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파면 선고 이후 지역 사회에는 최소한의 안도감이 감돌고 있지만 여전히 내란 세력의 잔존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분위기다”며 “시민들은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대통령이 선출돼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민생 경제를 회복시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단기적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중장기적인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광주·전남에서 발표된 대선 핵심 과제가 후보들의 공약에 제대로 반영돼 지역 발전을 위한 실질적 정책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