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윤 작 ‘식탁이 연극이 될때’

청년작가 3인전 ‘사라진 문을 두드릴때’가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케이윤, 이창현, 조은솔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기억의 작용을 통해 경계가 형성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조망한다. 예술이 기억을 어떻게 확장하고 새롭게 해석하는지 탐색하며 관객은 자신만의 기억을 환기하고, 익숙한 경계를 넘어선 감각적 경험을 소유하게 된다.

케이윤 작가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경계를 탐구하며, 개인의 경험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전시실을 들어설때 가장 먼저 만나는 ‘문간방’이 대표적이다. 익숙한 문지방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며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조각과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문지방을 밟으면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에 있는 존재들에게 혼날수 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착안, 관객이 마치 의식을 치르듯 전시장에 입장하며 경계를 넘는 경험을 하도록 했다.

이창현 작가는 신체와 의복 사이의 관계를 매개로 역사와 정체성을 성찰하며, 누락되거나 지워진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 불러낸다. 곱게 접어 보관된 ‘치마’를 통해 가정 내 노동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냈고 ‘양복, 저고리’에서는 성별에 따른 의복의 차이,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이 이분화된 식민지 사회의 구조를 반영해 눈길을 끈다.

조은솔 작가는 존재와 생명, 환경이 연결된 유기적 흐름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펼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반세기 넘게 지역에 뿌리내리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강종열 화백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작가들의 시선을 함께 조명함으로써, 세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미술적 성찰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며 “삶과 자연, 기억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탐구한 두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내면을 돌아보고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5월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