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복합전시1관에 펼쳐진 육상경기장. 한 참가자가 자신과 경쟁할 상대를 골랐다. 코끼리였다. 덩치가 큰 동물인 만큼 달리기에서만큼은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상대였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출발 신호와 함께 코끼리가 재빠르게 앞서나갔다. 참가자는 당황했고, 반환점을 돌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봤지만 코끼리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다음 시합을 위해 대기하던 참가자들은 “코끼리가 이렇게 빨라?”라며 놀라워했다. 페퍼저축은행 배구선수 박사랑도 코끼리를 선택했다가 출발부터 차이가 나자 깜짝 놀라며 박장대소했다. 못 이길 상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앞선 참가자의 사례를 지켜봤던 페퍼저축은행 박은서는 동그란 캐릭터를 골랐고, 승리를 거뒀다. ACC 미래운동회 종목인 ‘타임머신’참가자들의 사례다.

디지털시대, 스포츠와 놀이문화의 변화를 기술과 예술로 살펴볼 수 있는 디지털 스포츠 축제 ACC 미래운동회가 열리고 있다.

ACC 개관 10주년을 맞아 개최된 ACC 미래운동회는 ‘운동회’ 문화를 디지털 기술과 현대예술로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미래형 놀이와 스포츠 문화를 새롭게 제시하는 이색 전시다.

ACC 미래운동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보조도구를 이용해 최대한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해야한다. AI가 사람의 형상으로 인지하면 빨간 불(왼쪽 첫번째)이 들어와 탈락이다.

ACC 미래운동회 ‘땅따먹기’. 몸을 움직여 많은 구역을 점령하면 승리한다. 헬멧과 연결된 모션캡처 기기가 영역을 계산해준다.

‘운동회’인 만큼 ‘땅따먹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축구’, ‘공굴리기’ 등 친숙한 아날로그 종목들이 등장한다. 대신, 방식이 다르다. 첨단기술이 접목됐다. ‘땅따먹기’는 헬멧을 쓰고 몸을 움직여 많은 구역을 점령하는 팀이 승리한다. 모션캡처 기기가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영역을 표시해준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역시 AI로부터 사람의 형상으로 인식되면 아웃된다. ‘공굴리기’는 참여자의 움직임 없이 공이 지나가는 구역이 넓은 수록 점수가 부여된다.

색다른 방식의 종목도 있다. ‘따르릉 전화받으세요’는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소리만으로 전화를 많이 찾아야 하고, ‘불나방 대소동’은 특수제작된 채집기로 더 많은 빛을 모으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스포츠 타임머신’은 벽면에 붙어있는 카드로 상대를 선택해 제한시간인 60초 안에 앞지르면 된다. 운동회에 참여했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선수(박정아, 박사랑, 박은서, 박수빈)의 기록보다 빠르면 페퍼저축은행 굿즈를 상품으로 받을 수 있다.

이번 전시 콘텐츠 개발은 ‘2025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일본의 대표적 디지털아트 기관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와의 협력을 통해 공동 연구개발로 추진됐다. 또 광주시 동구청이 개발한 지역 맞춤형 건강체조인 ‘동구랑 건강체조’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전시 준비운동으로 선보인다.

평소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ACC 미래운동회’ 본 행사는 총 4회 진행된다.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 2일 광주시교육청과 협력해 지역 초등학생들이 참여한 첫 번째 운동회가 열린데 이어 오는 16일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한 운동회가 펼쳐진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해커톤과 운동회는 오는 9~10일(1차), 23~24일(2차) 각각 진행된다.

참가자는 ACC 누리집(www.acc.go.kr)을 통해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각 행사별 참여 인원은 200명으로 제한된다. 상세한 정보는 ACC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ACC 미래운동회를 통해 디지털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적 체험과 예술적 영감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남녀노소 모두가 쉽고 친숙하게 예술을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ACC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CC 미래운동회는 6월 1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