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공사중단 건물·빈집 '비상' <상> 지역 실태

광주·전남 지역에 짓다 만 대형 건축물과 사람이 떠난 빈집이 넘쳐나고 있다. 광주 학동 붕괴 참사 이후 길게는 수십 년간 방치된 건축물에 대한 재해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고, 오랜 기간 흉물로 남아있는 빈집 역시 더 늦기 전에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광주 도심과 전남 농어촌 마을 곳곳에 방치된 건축물과 빈집의 실태, 양산되고 있는 부작용, 대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전남매일=임채민 기자] 광주·전남에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는 건축물과 빈집은 미관 저해와 더불어 안전위협, 범죄, 행정력 낭비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방치 건축물 등은 지역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대표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도시재생사업 연계와 농어촌 체류형 관광 거점화 등 정비·활용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짓다 만 건물 20년은 기본

26일 광주시·전남도에 따르면 공사중단 등으로 장기 방치된 대형 건축물은 이날 현재 모두 15곳으로 집계됐다. 광주는 서구 1곳, 남구 2곳, 광산구 1곳 등 모두 4곳으로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26년이 넘게 흉물로 방치돼 있다.

남구 주월동 산231-1번지 옛 서진병원 건물이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로, 건물주가 의료시설을 만들기 위해 건축하다 자금난 등으로 1995년 공사가 중단돼 무려 26년 간 방치되고 있다.

학교법인 홍복학원이 지난 1996년 광산구 삼거동 400-4번지에 학교를 짓겠다며 추진했던 5층짜리 건물 3개 동도 25년째 광주의 대표적 흉물로 남아있다.

그나마 2002년 공사가 중단돼 19년 가까이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동구 지산동 212번지의 지상 4층짜리 건물도 최근 업무시설로 준공됐다.

전남의 장기 방치 건축물은 총 11곳(보성 1곳, 곡성 1곳, 고흥 1곳, 장흥 3곳, 함평 1곳, 장성 1곳, 진도 2곳, 나주 1곳)으로, 광주와 마찬가지로 10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곳이 대부분이다. 이중 가장 큰 규모는 보성군 보성읍 주봉리 390-1번지 지상 15층 공동주택이다. 11층까지 골조공사가 완료된 이후 자금 부족으로 멈춰섰다.

진도군 임화면 연동리 1227-4번지 위치한 지상 8층짜리 숙박시설은 건축주와 시공업체들과의 소송으로 공사가 중단된 이후 14년째 방치된 상태다.

함평군 월야면 예덕리 447-13번지에 있는 지상 1층 규모의 공장시설 건물은 공정률 95%로 외관은 새 건물처럼 보이지만, 완공 직전 현 건축주와 전 건축주의 소송으로 방치됐다. 2001년 이후 무려 20년째다.

장흥군 장흥읍 덕제리 658-1번지에 있는 지상 8층짜리 공동주택 역시 지난 2002년 공정률 70%에서 중단됐다. 이곳도 건축주의 자금 부족이 이유다.

이 같은 방치 건축물은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 조치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3년마다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후 각 시·도지사에 기본계획이 통보되면 지자체는 그에 따른 정비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하지만, 사유재산인 탓에 지자체도 철거나 정비를 강제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소송이나 비용, 권리관계 등의 문제에 부딪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시공사 부도나 영업난으로 오랜 기간 비워둔 상가 등은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피해를 인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에 대해 파악은 하고 있지만 사유재산인 건물을 철거·매매 할 수 없어 소유주에게 '장기방치 건축물 안전조치 이행 공문'만 발송하고 있다"며 "학동 붕괴 참사로 붕괴위험이 큰 공사 건축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부분을 감안해 이른 시일 내 활용 방안·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도심·농어촌 빈집 수두룩

광주·전남에는 장기 방치 건축물과 더불어 빈집 또한 넘쳐 나 활용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날 현재 전남지역에 1년 이상 비어있는 빈집은 모두 1만4,727호로 집계됐다.

고흥 2,120호를 최고로 여수 1,964호, 화순 1,363호, 함평 920호, 영광 793호, 신안 762호, 순천 733호, 해남 686호, 나주 608호, 보성 590호, 담양 539호 등이다.

이어 강진 519호, 영암 514호, 완도 500호, 구례 435호, 곡성 386호, 장흥 374호, 무안 291호, 광양 224호, 장성 211호, 진도 195호 등으로 나타났다.

광주도 모두 2,138호(동구 404호, 서구 298호, 남구 467호, 북구 398호, 광산구 571호)에 이르는 빈집이 1년 이상 방치된 상태다.

전남 농어촌 곳곳에 방치된 빈집 역시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범죄 발생 우려 등으로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일부 폐가 소유자의 경우 향후 귀촌 등 사유로 매매에 소극적인 데다 철거시 지원 금액도 적어 원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며 "빈집 직권철거 역시 절차가 복잡하고 강제 철거 시 민원 등 사유로 시·군에서도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