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하루 빨리 선고기일을 공지하고 파면절차를 마무리해 불평등체제의 청산과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26일 오전 10시 5·18민주광장.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 회원 등 40여명이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질서정연하게 그들의 몸을 광장 위에 던지고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운석열 탄핵 심판 결정이 계속 지연되자 결국 ‘삼보일배’ 투쟁을 통해 헌재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봄 같지 않은 낮최고기온 26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5·18민주광장을 출발 금남공원까지 1.2㎞ 구간을 왕복하며 삼보를 걸은 뒤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를 이어갔다.

30여명의 참가자들은 삼보일배에 앞서 주최측에서 준비한 장갑과 무릎보호대를 착용했고 ‘윤석열 파면’ ‘내란세력 청산’이 새겨진 몸자보를 착용했다.

북과 징소리에 맞춰 삼보일배가 시작됐고 매번 절을 할 때마다 참가자들은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를 바닥 붙이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국민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를 낮은 자세에서 지켜보며 윤석열 파면을 염원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비상행동측은 “범죄자가 제발로 감옥을 나오는 꼴을 보고야 말았다.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며 “어제도 오늘도 하루종일 헌법재판소 선고일자 공지 뉴스 속보만 기다리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됐다. 절박한 마음으로,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나섰다. 우리의 각오가 반드시 헌재에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보일배에 참여한 오병윤 제45주년 5·18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립을 멈추고 국회의 파면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헌법재판소는 이번주 안에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 광주·전남 시·도민과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국민 권리 되찾기에 나서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올해 45주년 5·18 민중항쟁을 맞아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를 세워 5월 영령들이 꿈꿨던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고 덧붙였다.

한복 차림으로 삼보일배에 참여한 김현하씨(27·여)는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답답한 마음에 취준생이지만 이번 삼보일배에 참여하게 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뉴스에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평소 좋아하던 권룡포를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무산되고 대통령이 탄핵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헌법재판소의 늑장 판결이 극심한 혼란과 대결을 만들고 있다. 하루빨리 선고 기일을 공지하고 파면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광장을 지켜온 수백만의 시민들과 2030 청년들은 이제 계엄의 망령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현정 진보당 동구의원은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을 더 이상 속이지 말고 즉시 선고를 예고하고 금요일에 파면해야 한다”며 “시대적 양심에 호소하며, 국민들이 고통받고 자연재해로 삶의 희망을 잃은 상황을 고려해 금요일에 파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고 잇따라 내란 동조 위헌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이 국민의 가슴에 총을 겨눈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면죄부로 이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진보당은 국민을 배신한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파면 기일을 미루지 말고 전원 만장일치로 파면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비상행동은 지난 24일부터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5·18민주광장과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이날까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120만 조합원 총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