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일찍 효령노인복지타운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앉았다. 옆자리 노인 두 분이 도란도란 말씀을 나눈다. 효령타운 이야기다

“파크골프를 하닌께 다리에 힘이 생겨 걸음걸이가 틀려진단 마시” “그런가. 나는 요가를 한디 처음에는 몸이 뻣뻣해 잘 안되드마. 하다 보니께 몸이 말을 들어. 잠도 잘오네” 두 분 대화는 이어진다. “아침밥은 물에 말아 대충 먹고 나오네만. 효령타운에서는 점심마다 따신 밥에 색다른 반찬이 어딘가” “암, 그렇고말고 나한테는 효자네 효자. 멀리 사는 아들 딸보다 낫당께”

회원들은 언제부터인지 효령타운을 ‘노인 천국’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왜 그럴까. 나이들수록 밀려 오는 것은 외로움이다. 친구 만나는 일도 한두 번이고 딱히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이럴 때 시간 맞춰 갈 곳이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활동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효령타운은 광주시가 15년 전에 만든 노인복지시설이다. 날마다 1200명이 찾아와 이용하는데 여가 프로그램이 무려 59종류 89개가 있다. 예를 들면 영어·스마트폰 같은 지적 활동, 파크골프·댄스 스포츠 같은 신체 활동, 악기·서예 같은 감성 활동 등이다. 내 취미에 맞는 것을 골라 하면 된다.

이뿐 아니라 회원 423명이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일자리 효과는 대단하다. 이유가 크게 3가지다. 하나는 용돈을 벌고 삶의 활력까지 준다. 다른 하나는 자존감과 존엄성을 높여준다, 결국 노인일자리가 안정된 노후를 보내는데 보탬이 된다. 노인들의 희망이자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우리는 평생 동안 변화하며 계속 성장한다. 그러니까 내일은 내년에는, 또 어떤 내가 되어있을 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자. ‘이 나이에 내가’라기 보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생각으로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효령타운 여가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진짜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상상을 하면 현실이 된다.

노인 1000만명 시대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우선 ‘파워 시니어 (Power Senior)’가 등장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높은 교육 수준과 양호한 건강, 전문성과 일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 신노년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시설과 장비, 인력을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노후에 ‘당당함’을 찾아야 한다. 당당하려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이러고 싶다면 ‘사회 참여’가 중요하다. 크든 작든 이웃과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시작해 보자. 효령타운이 앞장 서면 ‘할 수 있다 능히 잘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초고령 시대에 사회 참여가 노화를 느리게 하는 삶이 된다.

효령타운에 가면 언제나 즐겁다. 마음과 힘을 다해 회원을 돌봐 주는 정경남 본부장과 직원들 덕분이다. 개원 15주년을 계기로 삼아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노인 여가복지시설로 계속 발전해 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