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속 실제 현장을 방문해보니 동호와 진수 등 소설 속 인물의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12·3비상계엄을 겪고 45년전 부모님 세대가 겪은 계엄의 무서움을 이해할 수 있는 뜻 깊은 투어인 것 같아요.”

5·18기념재단이 한강 작가의 글을 따라서 걷고 기억하기 위해 기획한 오월길 기획 프로그램 ‘소년에게’가 진행된 27일 오전 10시께 5·18 구묘역. 부산대학교 국문학과 학생 60명이 한강 작가의 소설 속 광주의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기 위해 묘역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날 오월길 기획 프로그램 ‘소년에게’첫 일정은 망월동 5·18구묘역이었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 고 문재학 열사 어머니 김길자 여사와 오월어머니들이 망월동묘역을 지켰던 과정과 위르겐 힌츠펜터 추모돌탑에 대한 오월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월해설사는 “위르겐 힌츠펜터는 5·18 민주화운동이 진행중이던 1980년 5월 20일 오후, 독일 방송사 특파원으로 광주시에 잠입했다”며 “학살 현장과 병원을 찾아다니며 광주의 참상을 촬영했고 그로 인해 독일 방송에서 광주의 국가폭력 모습이 생생하게 보도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대 학생들은 구묘역 입구에 설치된 전두환 표지석을 밟고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학생들은‘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이동했고 1~10 묘역에 안장된 ‘소년이 온다’ 속 모티브가 된 김경철·박금희·최미애·박현숙·박기순·문재학·박용준 열사, 그리고 행방 불명자 묘역 등을 방문해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한 학생은 5·18민중항쟁추모탑 상단에 있는 상징물을 가리키며 “1980년 군부독재에 의해 사망한 열사들의 부활과 함께 21세기 민주주의의 씨앗이라는 의미에 덧붙여 추가로 청년들이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다”고 소망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문과 구속이 이어진 ‘5·18자유공원’에서 ‘소년이 온다’ 속 인물인 진수에 대한 이야기가 조명됐다.

해설사는 “‘소년이 온다’속 김진수는 시민군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감옥(상무대)에 갔다. 국가에 저항을 했다는 것이 죄가 된 것이다”며 “진수는 감옥뿐 아니라 볼펜 끝을 이용해 손톱 등을 찌르는 모진 고문을 당했고, 이때 생긴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해 결국 자살하고 만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5·18자유공원에 설치된 군사법정에서 ‘소년이 온다 6장’을 직접 돌아가며 낭독하는 시간을 가진 뒤 진수가 당한 고문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 4시께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윤청자 전 오월민주여성회 회장의 ‘소년에게’ 초청강연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여성노동자들에 대해 대화가 이어졌다.

부산대학교 국문학과 이상현씨(24)는 “역사적 사건을 책과 교과서가 아닌 직접 체험하며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뜻깊었다”며 “특히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생생한 감각은 책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배움이었다. 이번 체험을 통해 역사의 무게를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총괄담당자 박수정씨(23)는 “이번 광주 답사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며 “특히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을 따라 답사하며 그 시대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더욱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년이 온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부마민주항쟁이 부산대학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광주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견문을 넓히는 활동이 되기를 바라며 기획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5월 3일 부마항쟁 기념재단과 함께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체험하는 가족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며 “다음달부터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소풍 컨셉의 문화체험과 오후 7시부터 영화를 보는 행사를 5·18자유공원에서 진행하는등 45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체험·교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이수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