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차장에 무인주차 요금 수납기기가 보편화됐지만,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는 아직까지 부족한 게 현실이네요. 언제쯤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21일 광주시 광산구에 거주하는 농아인(청각장애인) 김 모씨(56)는 무인주차장 이용이 힘겹다고 토로했다.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승차한 차량은 공공주차장에 복지카드 등을 제시해 주차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으나 무인정산기 시스템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호출벨을 눌러도 관리인과 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차장 출구에서 실랑이 벌이는 게 너무 힘겨워 요금감면을 안 받고, 주차장을 서둘러 빠져나갈 때가 많다”면서 “요새 무인주차장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앞으로 주차장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걱정이 든다”고 푸념했다.

서구 주민 농아인 이 모씨(46)도 무인주차장을 이용할 때마다 두려움이 앞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씨는 “최근 지인과 볼 일을 마치고 무인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진땀을 흘렸다”며 “또, 무료주차 시간이 초과돼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당시 무인시스템에선 아무런 안내가 없었고, 호출벨을 눌렀음에도 직원은 현장을 확인하러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뒷 차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했는데도 경적 위협과 함께 폭언을 당했다”면서 “결국 이 일로 트라우마가 남아 다른 운전자들의 눈치가 보이고 또다시 폭언을 들을까 겁이 난다”고 울먹였다.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광주지역 유료 공영주차장은 66곳으로, 이중 무인으로 요금 수납이 이뤄지는 곳은 45곳(68%)에 달했다.

무인주차장의 경우 인건비 절약과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인과 달리 사회 약자인 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의 장벽이 되고 있다.

특히 시각·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음성안내가 전무한 탓에 일반인과 달리 장애인들에게는 일상생활에 큰 장애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농아인들을 위한 소통창구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주차요금 감면과 같은 혜택을 스스로 포기하는 등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발달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무인시스템 보급 속도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농아인의 이동권 권리 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 농아인협회 관계자는 “장애가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들이 스스로 위축되고 있다”며 “무인시스템 기술개발에 감각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영주차장 무인정산기가 장애인 차량이 진·출입할 때 주차 감면 대상임을 자동 인식하도록 기술 개발과 장애인 운전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