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을 주도한 신군부 세력의 ‘불법 비자금’ 수사가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무산된 가운데 5공 청산을 위해선 여야가 합심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전날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신군부 비자금, 어떻게 환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집담회에는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과 김충립 전 특전사령부 보안반장, 오월 단체와 재단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집담회는 이재의 연구위원과 김충립 전 보안반장의 대담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충립씨는 지난 1979년 4월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에 의해 특전사령부 보안반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을 5공 청산과 신군부 비자금 환수에 대한 핵심 인물로 꼽았다. 허 이사장의 비자금 착복 의혹을 밝혀내고 이를 환수하기 위해선 자신이 제출한 고발장과 관련된 수사가 속도를 내고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보안반장은 지난 8월 30일 허 이사장의 횡령·명의도용을 주장하는 고발장을 광주경찰청에 제출했다. 고발장에는 허 이사장이 지난 1988년부터 미래한국재단을 운영해오며 사유화했고, 5·18 왜곡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미래한국재단은 1988년 설립된 정부출연기관 ‘현대사회연구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3년 4월 문교부 허가를 받아 세워진 재단 설립에는 전두환이 기업가들의 모금으로 만든 일해재단(현 세종연구소)의 자금 93억원과 정부 지원금 3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보안반장은 “이들을 처벌하고 비자금을 환수해야 하지만,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공소시효가 지나 조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한 수사·환수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 여야가 함께 특별법을 만들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간지 ‘신동아’가 보유하고 있는 전두환과 신군부 주축 인사들의 2016년 면담 녹취록 공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녹취록에는 전두환이 5·18 당시 북한군 투입 사실을 몰랐다는 증언과 ‘광주에 사과하러 가야 한다’는 김 전 보안반장의 주장에 동의했다는 음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보안반장은 “전두환에게 광주에 꼭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니 돌을 맞더라도 사과하러 가자고 했다”며 “이날 모임 대화를 녹화한 것을 현재 월간 신동아에서 갖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녹취록을 통해 전두환이 5·18과 광주에 대해 사과했다는 것과 지난 4년 동안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벌인 활동을 통해 규명된 미완의 과제 일부를 보완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5·18 당시 계엄군의 발포 사유에 대해선 ‘자위권 발동’으로 추측하며, 직접 책임을 실탄을 나눠 준 간부 등에게 돌렸다.

김 전 보안반장은 “계엄군에게 실탄이 배포된 시점이 발포 명령이 내려진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광주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고, 이를 실행시키려다 발포가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며 “결국 실탄을 나눠준 당시 대대장·연대장 등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5공 잔재와 신군부 세력 청산을 위해선 불법 조성 비자금이 환수돼야 하지만 여전히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특별법을 만들지 않으면 비자금을 환수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5·18 당사자들과 재단 등이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해 구체적인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