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섬 홍도는 천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의 조화가 절묘한 환상의 섬이다.
지중해의 보석, 카프리 섬을 닮은 보물섬이기도 하다.
남북으로 길게 누운 누에고치 형태로 본섬과 2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이 쪽빛 바다를 채우고 있다.
섬의 크기는 6,47㎢(190만평)이고 남북의 길이가 6.7㎞, 동서는 2.4㎞에 이른다. 해안선 총 길이도 20.8㎞에 불과하다.
향기가 10리까지 풍긴다는 대엽풍란과 이름도 낯선 '홍도서덜취', '홍도까치수염' 등 수백여종의 희귀식물과 동물들의 서식지다.
지난 1965년부터 섬 전역이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됐고 1981년에는 국립공원으로 거듭났다.
1구 마을에는 100가구, 350여명이 거주중이고 2구 마을은 50여 가구로 80여명이 살고 있다.
◇천년의 신비 간직한 '홍도'
목포에서 출발한 쾌속선은 도초도에서 한차례 멈춘 뒤 두시간만에 흑산항에 닿았다.
그렇게 뱃길 따라 삼십 여분 항해 끝에 붉은 섬 '홍도'에서 닻을 내리고 하루를 묵는다.
홍도 선착장을 빠져 나오니 곧바로 비스듬하게 오르막길을 따라 집들이 계단식으로 모여 있다.
홍도가 천연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석을 지나면 마을로 올라가는 입구다.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나란히 들어섰고 지붕은 주홍색을 입었다.
기암괴석 틈새에 자생하고 있는 500여년 된 분재 소나무와 석화 굴, 탑섬, 독립문 바위 등 자연경관은 으뜸이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해상경관과 환상적인 낙조를 보기위해 신비의 섬 홍도를 찾아온다.
둥근 돌(빠돌)이 파도에 닳고 달아 만들어 낸 해수욕장에서 물이 들고 날 때 부딪히는 파도소리는 낭만적이다.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홍도에서 가장 높은 곳인 깃대봉(365m)을 오르는 산행은 여행의 백미다.
뱃길 이외에 1구와 2구를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다. 이곳을 오르면 1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해 진다는 속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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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원추리 |
◇홍도와 원추리
국내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관광지로 손꼽히는 홍도는 한여름 섬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원추리 꽃으로 뒤덮인다.
발길 닿는 곳, 눈길 머무는 곳마다 펼쳐진 절경과 신비로운 해안선을 따라 흐드러진 원추리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만다.
식물명이 별도로 존재하는 '홍도원추리'는 다른 원추리에 비해 꽃이 유난히 크고 아름답다.
질감이 곱고 관상 가치가 매우 뛰어나 자생식물로서 큰 가치를 지녔다.
홍도원추리는 지역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꽃으로 인문·환경과 역사를 함께 해 오고 있다.
육지 사람이 보릿고개를 보낼 때 홍도 주민들은 원추리 싹과 잎은 나물로, 뿌리는 전분으로 만들어 먹으면서 배고픔을 이겨냈다.
원추리 꽃이 지고 나면 잎을 잘라 새끼를 꼬아 띠 지붕을 만들어 배 밧줄, 광주리 등 생활에 필요한 필수도구를 만들어 쓰면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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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2구 마을 전경 |
◇한국의 100대 명산 '깃대봉'
홍도에서 가장 높은 곳, 하늘과 가장 가까이 닿은 깃대봉을 향해 나섰다.
홍도분교를 지나 좁은 탐방로 봉우리가 깃대 모양의 바위로 이뤄졌다.
깃대봉 산행은 11~2월에는 새벽5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절기인 3~10월까지는 새벽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6월부터 꽃망울을 터트리는 홍도원추리는 8월까지 섬 전체를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깃대봉 오르기 전 탐방로에서 바라보는 마을 전경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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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깃대봉 능선 |
탐방로 따라 오르는 길엔 후박나무와 구실밤잣나무, 동백나무, 쥐똥나무, 단풍나무과의 왕고로쇠나무 등 푸르고 생기가 넘치는 사철나무가 빈틈없이 빼곡하다.
길을 재촉해 쉼 없이 오르면 바다와 섬이 내어주는 풍경은 소중한 선물이다.
출발할 때부터 온몸을 감싼 안개는 난대우림 숲으로 들어와서도 시야를 가린다.
해발 136m를 가리키는 이정표 근처에는 매끈한 형태의 돌 2기가 놓였다.
현지인들이 남미륵, 여미륵으로 부르는 '청어 미륵'으로 해양어로와 관련된 도서 지역 특유의 해양민속이 불교와 결합한 형태다.
홍도 주민들의 소박한 민간신앙을 엿볼 수 있다.
구불구불한 경사로를 따라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다보면 각기 다른 뿌리에서 나와 한몸의 나무가 된 구실밤잣나무 연리지가 눈에 띈다.
이곳을 지나면 사랑이 이뤄지고 부부금슬이 좋아진다고 하는 '연인의 길'이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가 그윽한 상록 활엽수 숲길은 아늑하고 편안하다.
미끄러움 방지를 위한 야자매트 길과 푹신한 흙길 옆에는 쉬이 눈에 띄지 않는 숨골재다.
옛날 한 주민이 우연히 발견한 이곳은 바다 밑으로 뚫려 있는 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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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깃대봉 등산로 정숙이 숯가마 |
난대림 숲길 안에서는 숯 가마터를 마주한다.
1940년대까지 변변한 땅도 없고 낡은 배로는 고기잡이도 쉽지 않았던 시절 홍도에서는 구워낸 숯이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숯을 팔아 식량과 소금을 샀고, 숯을 항아리에 넣어 빗물을 정수해 마셨다.
깃대봉 정상에서는 흑산도와 만재도, 가거도, 다도해와 홍도 2구 독립문, 띠섬, 탑섬 등 흑산군도를 골고루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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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깃대봉표지석 |
아름다운 해안선과 신비스러운 해식애,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은 덤이다.
깃대봉 맞은편에 홍도의 또 다른 자랑거리 양산봉이 멀리 모습을 드러낸다.
깃대봉은 홍도 1구마을과 2구 마을을 이어주는 유일한 육로길이다. 정작 주민들은 걷는 것보다 뱃길이 훨씬 빠르고 편해 배를 타고 오간다.
깃대봉에서 2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곳곳에서 기습하는 크고 작은 거미줄을 걷어내야 하는 번거러움을 감수해야 한다.
젖은 낙엽과 이끼 때문에 미끄러운 길을 한참이나 내려와야 하지만 어두컴컴한 숲길의 묘미도 남다르다.
낯선 이들의 인기척에 잠들었던 풀벌레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숲이 들썩거릴 정도로 마구 소리를 내지른다. 바다직박구리와 동박새, 호랑지빠귀도 목청을 높인다.
◇철새들의 천국
홍도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사막의 오아시스'와 다름없다.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서남단에 위치하고 목포에서 직선으로 100㎞, 중국 양쯔강 하구에서는 약 450㎞ 떨어져 있다.
봄·가을철에 한반도를 통과하는 많은 철새들은 홍도를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철새들은 봄철에 넓은 바다를 건너와 다음 이동을 위한 휴식할 수 있는 첫 관문으로 홍도를 찾아온다.
가을철에는 장거리 이동을 위한 에너지 보충과 휴식을 취해간다.
북상하는 이동시기인 4-5월,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9~10월이 되면 홍도 전역에 셀 수 없을 정도의 이름 모를 작은 철새들로 넘쳐난다.
국내에 기록된 약 580종의 조류 중 380여 종이 홍도에서 기록됐을 정도다.
지난 7월에는 희귀조류인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 1개체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검은머리갈색찌르레기는 지난 2019년 7월 부산에서 국내 처음 확인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홍도에서의 관찰은 국내 6번째로 신안군 첫 기록이다.
씨앗, 곤충, 양서파충류, 음식물 등 다양한 것을 먹는 잡식성으로 나무 구멍이나 인공 구조물에 둥지를 튼다.
전체적으로 갈색이며, 머리와 목은 검은색, 눈 뒤와 아래, 부리와 다리는 노란색이다.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기록이 없던 종으로 홍도에서 목점박이비둘기, 꼬까울새, 귤빛지빠귀 등 다양한 종들이 국내 처음으로 기록됐다.
전국의 탐조인들이 내륙에서 보기 어려운 희귀종과 국내에 기록되지 않은 미기록종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기 위해 홍도를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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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전망대 일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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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 청어미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