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조용한 섬이지만 지난 1960년대 큰 파시가 형성돼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5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서 몰려든 300여척의 배로 재원도는 들썩였다. 거센 파도를 막아 주는 천혜의 항구 때문이었다.
섬을 에워싼 드넓은 갯벌은 혼합갯벌과 모래갯벌이 혼재한 자연의 보고다.
마을 앞에 위치한 작은 사구가 형성된 모래갯벌은 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아담한 규모로 여름철 해수욕하기 제격인 갯벌이다. 섬 남쪽에 분포한 갯벌과 해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녔다.
대부분의 주민은 어업에 종사하며 어로행위는 꽤 활발하다. 미역과 톳, 우뭇가사리, 뜸부기, 전복 등은 바다가 주는 덤이다.
◇천혜의 섬
재원도는 지도읍 점암 선착장에서 뱃길로 한시간 남짓, 임자면 진리 선착장에서는 40여분을 가야 이른다.
주민들은 철부도선으로 5분 거리에 있는 목섬을 이용해 뭍으로 오고 간다.
선착장에 닿을 무렵 노란색과 빨간색 등대가 겨울 바다 위에서 비틀거린다.
긴 방파제 끝에는 ‘천혜의 섬 재원도’를 알리는 표지석이 큼지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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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원도 표지석 |
신안군수협 재원항 면세유 취급소, 재원마을 협동조합을 지나면 물양장이 널찍하다.
집들은 길 따라 반듯하게 들어섰다. 햇볕과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민어가 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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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어 건정 |
식당 겸 민박집의 이름은 ‘잊지마’다. 중앙슈퍼와 일억불 슈퍼를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당숲에 얽힌 설화가 흥미를 끈다. 마을의 젊은이들이 이 숲을 지나며 담배를 피우면 산 할아버지가 담뱃불을 꺼버렸다는 전설이다.
800년 동안 마을을 지켜 온 팽나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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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 숲길 |
마을 뒤편으로 촘촘히 줄 선 대나무와 잘 자란 나무들이 울창하다.
집과 집 사이는 꽤 가깝다. 크고 작은 나무들은 마당 한 켠을 차지했다.
담장 옆 텃밭에는 배추, 고추, 대파, 쪽파가 자리 잡았다.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보건진료소는 운동기구와 잔디운동장을 갖췄다.
담장 대신 측백나무가 삥 둘러쌓았다.
가정집을 닮은 목포경찰서 치안센터를 지나면 다시 물양장으로 나온다.
어촌뉴딜300 사업으로 조성 중인 선착장 너머로 하우리항과 삼두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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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바라 본 마을전경 |
마을의 북쪽에는 지석묘와 유물산포지가 나란히 위치했다.
나지막한 구릉의 끝자락으로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장타원형으로 상석의 하단에는 지석 1개가 노출돼 있다.
유물산포지에서는 적갈색 연질 토기편, 회청색경질 토기편, 자기편 등의 유물이 확인됐다.
섬의 중간 부분은 말안장처럼 움푹 들어간 초원지대다. 마을 뒤 산길을 따라가 예미재 고개를 넘으면 모래해안으로 이어진다.
북쪽 방파제 앞으로는 갯벌이 끝없이 펼쳐졌다.
재원도는 비금도, 자은도 등과 함께 서남해의 큰 바다와 접해 있어 뱃길로 중요한 곳이다.
서북쪽으로 계속 항해하면 중국 상해다. 여느 섬처럼 해식애가 발달했고 아미산을 중심으로 급한 산지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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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월항도 전경 |
부속도서 상월항도는 돌을 쌓은 징검다리, 노두길이 놓였다. 마을 뒷산을 개간하거나 폐가, 빈집 터를 일궈 밭농사를 짓는 것이 전부다.
한때 높은 구릉지까지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모두 묵혀져 있다.
재원도 주민들은 파시가 자취를 감출 무렵 고기 잡는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낭장망으로 어장을 시작해 현재 닻배 9.77~20t 46척을 보유중이다.
현재 거주하는 주민들이 40여명에 불과해 어선이 더 많은 셈이다.
재원도 닻배들은 인근 황금어장에서 새우를 잡아 큰 소득을 올린다.
중국젓새우, 돗대기새우, 백화새우 등이 주로 많이 잡힌다. 특히 오젓과 육젓은 빛깔이 하얗고 고와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재원도 파시
재원도 파시는 1960년대부터 병어와 부서, 민어의 큰 파시가 형성됐으나 1989년에 막을 내렸다.
파시는 당시의 어로 활동과 해양문화의 역동적 면모를 시사하고 있다.
고기가 한창 잡힐 때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시장과 뱃사람들의 희, 노, 애, 락을 투영한다.
어업 생산과 유통의 규모가 남달라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에도 높은 어획고를 올린다. 목돈을 만지는 선원들 때문에 재원도도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조기가 잡히지 않으면서 임자도 타리가 포구로서 기능을 다하자 재원도에 부서파시가 등장했다.
재원파시는 특이하게도 ‘가정집’에서 이뤄졌다.
1960년대까지는 민어잡이 배들로 호황을 누렸고 1970년대는 부서잡이, 그 후에는 병어와 부서잡이 배들에 의해 재원파시는 명맥을 이어갔다.
파시가 한창일 때 수 백척의 어선과 상선들이 재원리에서 임자도 목섬까지 꽉 들어찼다.
1986년 재원파시 무렵 다방과 어구점이 각각 7개, 술집은 무려 30곳에 이르렀다. 당시 주민들은 선원들에게 필요한 물과 나무 등 생필품을 공급해주고 고기나 돈을 받아 생활했다.
흑산도에서 술집과 다방을 열어 장사하던 이들은 5월이면 북상하는 고기를 따라 이동했다.
흑산도에서 비금도 송치로, 자은 사월포와 증도 상월포로, 다시 임자도 전장포와 재원도로 옮겨 다녔다.
전북 위도까지 올라가 장사를 하다가 겨울을 지낸 후 다시 흑산도에 모여드는 등 철새처럼 파시를 따라 움직였다.
재원도에서도 뱃고사라는 전통 제사가 성행했다. 조업을 나가는 어부들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의식으로 출어고사, 명절고사, 배내리기(진수) 고사가 있다.
출어고사는 출어 때 지내는 제사로 열무날, 서무날 밀물이 들어와 조류가 잔잔해졌을 때에 거행됐다.
명절고사는 상원, 추석 등 세시에 지내는 고사다. 배내리기 고사는 배를 새로 샀거나 건조해 진수할 때 지낸다.
조기가 가장 상서로운 고기라 여겨 반드시 제물로 사용하고 갈치, 장어, 홍어, 가자미 등은 절대로 제물로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새우잡이 ‘주 소득’
재원도 주민들은 ‘닻 그물’을 이용해 새우를 잡는다. 닻 그물은 서남해역의 대표적인 새우잡이 방법으로 폭 4m, 길이 8m, 그물 23폭을 바다에 드리워 그물에 붙은 새우를 잡는다.
쇠로 만든 닻채의 길이는 10m에 달한다. 잡는다는 표현보다는 ‘새우를 턴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재원도 사람들은 그물 만드는 솜씨로 빼어나다. 드는 물과 나는 물때를 맞춰 바닷물에 담그고 빼기를 반복하고, 조류를 이용해 새우를 잡기 때문에 그물을 단단하고 조밀하게 마무리한다.
배가 없는 주민들은 그물짜리로 생활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닻 그물로 잡은 새우는 배 위에서 잡어와 구분해 소금과 버무려 새우젓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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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골목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