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이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작품만큼 확실한 강약 대비를 들려주거나, 쇼팽(Frederic Francois Chopin, 1810~1849)의 선율처럼 시적인 낭만성을 들려주지는 못하지만 담백함을 뛰어넘어 순수함과 청아함을 들려준다. 그래서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은 늘 도전의 대상이 되었고,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의 내면을 표현하기에는 음악가의 숙명과 같은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이 표면적으로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나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보다 악보가 단순하고, 기교적으로 능숙함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들의 화려함을 능가하는 단아함과 선명함을 표현해야 하는 또 다른 난이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전 생애를 거쳐 교향곡, 오페라, 실내악 작품 외에도 다양한 기악 소나타와 협주곡 등 많은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피아노 협주곡만큼 발전하는 그의 작곡 기법과 변화무쌍함을 담고 있는 장르도 없다.

당시 포르테피아노(Pianoforte)를 잘 연주했던 그에게 건반악기는 다양한 표현을 가능하게 했고, 발전하는 건반악기에 대중화를 이바지하기도 했다. 모두 27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 협주곡 K.365과 3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K.242를 제외하고는 모두 독주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이다.

특히 장조의 작품을 많이 남긴 모차르트에게 단조 작품들은 더 많은 인기를 갖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20번 d단조 K.466과 24번 c단조 K.491이 많이 연주되고, 장조 작품 중에서는 21번 C 장조 K.467과 27번 Bb 장조 K.595가 무대에 자주 올려진다.



◇작곡동기

1786년에 완성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은 그가 대림절(待臨節 성탄 전 4주간으로 대림시기, 대강절, 강림절로도 불림) 빈에서 연주를 위해 완성된 곡이었다. 당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완성되던 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작곡가로서 창작력이 왕성할 때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25번은 당시 주변의 높은 기대와 종교적인 행사의 연주곡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다른 협주곡과 달리 높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유는 이전의 그의 협주곡에서 들려주는 낭만적이고, 화려함을 주는 협주곡들과는 달리 청중들에게 모차르트적인 선율과 변화무쌍함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음악적 특징

앞서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들과는 다르게 트럼펫과 팀파니가 첨가된 악기 편성에 연주시간도 평소 25분에서 30분 이내로 연주되던 협주곡에 비해 연주 빠르기와 카덴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32분에서 35분정도 연주되는 비교적 확대된 구성을 알 수 있다. 혹자들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 ‘주피터’ C 장조 K.551 교향곡과 비교해 대규모를 언급하기도 한다.

이는 이 두 작품이 모두 같은 조성을 하고, 웅장함과 에너지가 넘치는 곡의 기백에서 유사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음악적 특징으로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앞서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20번부터 24번까지 작곡된 그의 협주곡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이들 협주곡에 비해 덜 연주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협주곡은 연주기법이 화려하고, 서정적인 선율을 많이 갖을수록 청중들에게 인기가 있다. 반대로 있기가 많이 없는 협주곡은 피아노 솔로가 화려하지 않고, 귀에 각인되는 선율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피아노 협주곡 25번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아름다움

베토벤은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이 25번의 선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또 그의 피아노 협주곡 5번(황제)의 1악장의 작곡 배경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에서 나타난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의 시작은 장엄하게(Maestoso)로 지시되고 있지만, 단순한 위엄을 넘어서 다양한 음악적 특징들이 전개된다. 이러한 특징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에서 들려주는 씩씩하고, 당당한 행진곡풍의 분위기가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전조를 반복하는 곡의 구조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과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을 닮은 꼴 협주곡으로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이는 피아노 협주곡 황제의 영웅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불확실성과 망설임을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에서 능수능란한 전조를 통해 동시에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구별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은 눈에 쉽게 띄고, 그래서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대중적인 아름다움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고혹적인 아름다움도 있다. 늘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 최상이 아닐 때가 있기도 하다. 무심코 듣다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모호하고 잘 모르는 부분에서 갑자기 들리는 선율이 한두 번의 감동은 더 큰 감동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은 들으면 들을수록 아름다운 피아노 협주곡으로 꼽는다. 그리고 모차르트 음악의 특징으로 언급하는 순수함과 단정함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 25번에 귀를 모아본다.

모차르트가 생전 사용하던 피아노

모차르트와 그의 누이동생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와 그의 누이동생 마리아 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