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간·군공항 통합이전과 관련, 유력 후보지인 무안을 처음으로 방문한 강기정 광주시장의 행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대 쟁점인 소음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산 무안군수와 군민이 통합공항을 싫다고 하면 과감하게 하지 않겠다”는 돌발·엄포성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공감대 확산은커녕 외려 반대 정서가 강한 지역민들의 불편한 심기만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강 시장의 발언이 어렵게 성사된 ‘시도 합의’를 깰수도 있다는 의도로 읽힌데다 유럽을 출장중인 김영록 전남지사와 무안군수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불거져 이른바 ‘빈집 털이를 했다’는 조소가 나오는 등 전남도와 도민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난다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4일 오후 무안 초당대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 대비 소음대책 마련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12월 17일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민간·군공항 이전추진에 대한 공동합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지지부진한 논의의 물꼬를 틀 공론의 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강 시장은 축사에서 “무안공항 활성화와 지역발전, 군민들의 이야기 등을 듣고 작년에 무안으로 통합 이전을 김영록 지사와 합의했다”면서 “통합공항은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 모두가 상생하는 일이다”고 운을 뗐다.

강 시장은 “전북에 새만금공항이 시작되고, 청주공항 확장, 서산공항은 계획에도 없이 정부에서 투자가 되는 냉정한 현실에서 광주와 전남을 다 살릴 수 있는 통합공항을 만들 것인지 말 것인지는 더 시간 끌어서는 안 된다”며 “적어도 길지 않은 시간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시장은 그러면서 “무안 통합공항으로 가는 것은 광주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전남과 무안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상생합시다’란 얘기를 김산 무안군수에게 하기 위해 만나자고 하는데 안 만나주고 있다”며 “이건 잘못이라고 본다. 마치 광주만을 위한 모습으로 공항 문제를 무안군수와 무안군민이 바라본다면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무안이 결사적으로 죽어도 광주 민간·군공항을 안 받겠다면, 또 광주시 생각을 들어보고도 동의할 수 없다면 광주시도 갈 길을 가야할 때가 왔다”면서 “김산 군수와 군민이 통합공항을 싫다고 하면 과감하게 안 하겠다”고 수위를 높였다.

강 시장의 발언은 경쟁 공항들이 앞서 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전 논의를 늦출 수 없다는 의기의식과 절박함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강 시장의 소위 ‘없던 일’과 ‘무안군수 비토’ 발언이 공항 문제와 관련 유력 후보지인 무안 주민들과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는 자리에서, 최대 쟁점인 소음과 지역발전 대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첫 토론회 자리에서 나오면서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다.

당장 강 시장의 발언 직후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현장을 지킨 전남도청 공무원들의 얼굴에도 긴장감과 불쾌감이 역력했다.

무안군 고위 관계자 “2018년 민간공항 이전 약속을 파기했던 광주시가 이제와서 ‘군수가 만나지 않는다’고 운운하는 것은 무안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시장으로서 할 말도 아니다”며 “강 시장이 갑자기 전남에 와서 내뱉은 말은 협박 내지 겁박과 다름 아니다”고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광주시도 갈 길을 가야할 때가 왔다”는 발언을 두고서도 강 시장이 그동안 이렇다할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수차례 ‘플랜 B 작동도 가능하다’고 언급해온 점을 들어 지역민들을 재차 압박하는 언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편한 시선도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강 시장이 지역민들의 협조 요청 수준에서 멈쳐야 했음에도 강도 높은 돌발 발언을 해 당혹스러웠다”며 “양 시도 연구원이 주관하는 첫 토론회에서 합의 파기로도 해석될 수 있는 강성 발언이 불거져 향후 공항 통합이전 논의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