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고립돼 고독사 위기에 처한 광주 지역 청년과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취약계층에 대한 현상 분석과 사례 관리 등 촘촘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시 남구 양지종합사회복지관과 남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관복지플랫폼 분과는 17일 양림동행정복지센터 지하공연장에서 ‘2024 사회적고립가구 지원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배은경 호남대학교 교수와 백희정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 정혜진 양지종합사회복지관 과장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여,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고립가구 인식 고취 및 지원서비스 실태 및 제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기했다.

발제자로 나선 광주사회서비스원 김신숙 책임연구원은 ‘2023 광주광역시 고독사 실태조사 연구성과’ 발제를 통해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광주시민의 사회적 고립 관련 의식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예방을 위한 지원 현황 △사례조사 △사회적 고립 및 예방을 위한 지원 방향 등을 설명했다.

광주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광주지역 고독사 발생 건수는 551건이다. 연도별로는 2017년 105건, 2018년 104건, 2019년 113건, 2020년 118건, 2021년 111건이다.

지난해 발생한 고독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1명, 30대 9명, 40대 19명, 50대 36명, 60대 30명, 70대 이상 15명, 미상 1명이다. 이중 20~40대의 고독사는 29명(26%)으로 청년과 중·장년층에서도 고독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광주사회서비스원이 사회적 고립 위험이 큰 1인 가구 8명을 면담한 결과 6명이 40대, 2명이 50대부터 독거를 시작했다. 독거 원인으로는 사업 실패와 이혼 등의 이유가 있었으며, 대부분 당뇨와 우울증 등의 질병도 겪고 있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지원책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사회서비스원이 지난해 9~10월 공무원과 유관기관 등 실무자 376명을 대상으로 고독사 예방 지원 현황을 설문조사한 결과 31.8%가 고독사 예방사업 수행 여부를 모르거나 하지 않고 있었다.

고독사 실태에 대해서도 30.3%가 사안이 발생하면 파악한다고 답했으며, 22.9%는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고독사 조기발견 사업수행도 41.2%는 ‘모름·하고 있지 않음’이라 답했다.

중장년 고립가구의 지원과 대응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제정돼 지자체 차원에서의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혜진 양지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은퇴 가속화 등 경제적 어려움에다 노부모 부양, 자녀양육 등으로 사회적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한 1인 중장년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도 개인과 주민, 사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장년 대상 고립가구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청년·장년층에서도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 새로운 사회적 현상에 대해 원인과 현상을 철저히 분석해 지원체계를 촘촘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희정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청년층은 학교폭력·따돌림·진학·취업문제, 장년층은 해고·이혼·건강상의 이유로 은둔을 시작하고 있다”며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비자발적 요인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마다 ‘사회적 고립’, ‘은둔형 외톨이’ 등 용어도 다르고 지원하는 연령층도 다른 실정이다”며 “청년들이 고립하는 현상을 단편적으로 인식해 정책을 만들어낸다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다. 관련 정책을 만드는 단계부터 개개인별로 원인과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신숙 연구원은 “광주시와 각 자치구, 유관기관들이 고독사 정책과 수행사업 등 사례를 공유하는 종합정보공유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며 “고립 가구는 발굴 과정이 어렵다. 주민 관계망 형성 등 사회서비스가 연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