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성격 재정립을 위해 장소와 시간에 국한되지 않은 새로운 명칭을 정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18이 가진 역사적 위상을 드높이자는 취지이지만, 오랜 기간 이어온 명칭을 바꾸자는 것은 이해집단 사이에서 또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18성격 규명과 명명 공론화를 위한 좌담회 ‘5·18 재조명 라운드테이블’이 24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다목적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광주여성회와 오월잇다, 시민과 함께하는 오월광장이 주최·주관했으며 김희송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교수, 장세레나 광주여성회 대표, 주철희 ‘함께하는 남도학연구원’ 이사장, 이동기 강원대학교 평화학과 교수,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 등 지역 사회단체와 시민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좌담회에서는 광주지역의 각 시민사회단체가 생각하는 5·18 성격 규명과 명칭에 대해 어떻게 규정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주철희 이사장은 주제발표에서 “역사적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성격이 규정됐다고 그것만이 모든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동일한 역사적 사건의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5·18을 경험하지 못한 비경험 세대에게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이사장은 5·18의 명칭을 규정하기 위해선 △시점과 장소 △역사적 위상(의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편적으로 불리는 5·18민주화운동엔 ‘광주’라는 지리적 특징이 빠져있고, 지난달 4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발간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 종합보고서에는 5·18과 관련된 역사적 위상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좌담회에선 △조사위 보고서에 대한 한계 △5·18의 성격 규명 논의 △국가폭력의 정의 △시점(5월 18일)과 장소(광주)의 한정으로 인한 파급력 문제 등이 쟁점이 됐다.

주 이사장은 “역사의 명칭은 역사의 이름과 성격으로 구성된다. 성격을 항쟁으로 규정해 ‘광주민주항쟁’을 제안한다”며 “5·18의 전국화 취지로 광주 지역명이 배제됐는데 이는 세계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며, 당시 사건은 1980년 5월 27일에 끝난 것이 아닌 현재진행형인데도 5·18로 지칭한 것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기 교수는 “5·18은 광주에서만 발생하지 않았는데, 다른 장소들을 뺀다는 것은 가해자의 논리일 수 있다. 지역명으로 광주·전남을 붙이는 등 광주 외 발생한 피해를 배제하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며 “‘민주화’에서 당시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고유한 성격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의 연구위원은 “‘1995년 책을 출판할 당시에는 5·18민중항쟁이라 지칭했다”며 “민중이라는 말은 항쟁의 주체를 분명히 하자는 의미였지만, 현재 시점에서 다시 정명을 논하는 것은 그동안의 역사적 맥락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문제의 초점은 ‘5·18이 우리한테 무엇이었는가’이다. 왜 특별히 언급되는지 생각해보면 5·18은 민주주의 열망에 따른 새로운 국가에 대한 꿈이었다”며 “광주 지역사회를 위해 시민 실천 운동을 해온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1987년 6월과는 다른 역사로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5·18에 대해 소개할때 많은 시민들이 항쟁과 민주화운동의 차이를 물어본다”며 “항쟁은 권력과 국가에 오롯이 책임이 있고, 운동은 민주주의를 투쟁한 여러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가 정해 놓은 것이 공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벗어나 개개인의 역사적 판단을 다시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