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폭염에 쪽방촌 주민들의 경제·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어 취약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맞춤형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금전적인 지원을 위한 공공일자리마저도 취약계층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외부 단절의 원인을 파악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구가 지난해 지역 내 주민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쪽방촌 주민 160명 중 60대 이상이 118명에 달했다.

이들 중 82.5%는 지병을 앓고 있고, 한 달 평균 10만 원 이상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경우도 12.5%였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쪽방촌 주민 중 67.5%는 월 50만~99만 원의 소득으로 생활한다고 답했다. 소득 대부분이 월세 등 거주비와 병원비로 소비되는 탓에 생활비 등의 부담으로 여름철과 겨울철 냉난방은 엄두도 못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지만, 복지 시스템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광주시가 지난 2022년부터 쪽방촌 주민들의 사회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공공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5명만 참여하는 등 참여율은 저조했다.

대부분의 쪽방촌 주민들은 공공일자리 불참 이유를 ‘건강상의 이유’라고 밝혔다.

때문에 일자리 제공으로 생계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외에도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거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쪽방촌 주민들의 고령화와 건강 문제를 고려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커뮤니티 지원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9일 “예전에는 민간의 도움으로 대부분 문제가 해결됐지만, 현재는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와 상담소가 연계해 ‘에너지바우처 예외 지급’ 등 주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제도를 홍보하고 절차 진행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고령인 쪽방촌 주민들에게 생소한 정책을 자주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호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쪽방촌 주민들은 외부와 단절된 경우가 많다 보니 특이사항을 빠르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주자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설치나 주민들끼리 서로를 보살피는 모니터링단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사회와 단절된 쪽방촌 주민들 간의 유대감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서로를 살필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쪽방촌 주민들은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까지 겪고 있다”며 “단순한 경제 지원을 넘어서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민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좌절을 겪어본 경험이 있어 우선 심리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심리 상담과 정서적 지지를 함께 제공하는 통합적인 복지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쪽방촌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제 지원을 넘어 장기적인 재활과 복지 시스템의 연계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