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장사가 안돼 너무 힘들었는데 대목은 대목이네요. 이제 좀 숨통이 트여요.”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12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은 추석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역대급 폭염과 경기 침체 등에 한숨만 들려왔던 전통시장이 모처럼 대목을 맞아 활기를 되찾은 것.

밀려드는 차량으로 일부 시간대에는 주차장과 주변 도로가 정체됐고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도 시장을 오가는 시민들로 인산인해였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머리가 희끗한 60~70대부터 20~30대까지 양손가득 비닐봉지와 장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꽃게 배 좀 만져보세요. 알이 실하다니까요.”, “예년보다 비싸지만 사과랑 배가 엄청 크고 달아요.” 시장은 호객행위로 소란스러웠다.

아직 더운 날씨에다가 손님까지 몰려들자 상인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쉴 틈 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못이기는 척 덤을 주는 상인, 값을 깎아주는 상인까지 모두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생선가게 상인 이 모씨(58)는 “폭염에 손님은 없는데 얼음 값이 많이 나가 정말 힘든 여름을 보냈는데 다행스럽게 추석 명절 대목에 전통시장다운 북적거림을 느껴보고 있다”고 기뻐했다.

청과·야채 등을 판매하는 김 모씨(76)는 “올해 설날 매출은 넘겼고 정말 장사가 안됐던 8월보다도 벌써 두 배 이상 팔았다”며 “추석을 앞둔 오는 주말이 정말 기대된다. 아침 일찍 나와 최대한 늦게까지 장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수한 기름냄새를 풍기는 제수음식점에서는 주문서를 펴고 음식을 만들면서 문의 고객까지 상대하고 있었다. 반찬가게는 오랜만에 고향에 올 자식들을 배불리 먹일 생각에 들뜬 어머니들로 성황을 이뤘다.

주부 장 모씨(65)는 “3년 만에 아들·딸, 그리고 금쪽같은 손녀들까지 모두 고향에 온다길래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해 보려고 한다”고 웃음지었다.

특히 이날 손님들은 최근 고물가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50대 주부 김 모씨는 “저렴한 이유도 있지만 차례상도 간소화되고 인원도 적은데 대형마트는 소량으로 판매하는 상품이 적어 올해는 전통시장을 찾게 됐다”면서 “특히 온누리 상품권으로 구매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글·사진=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