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쉴 수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이 있다고도 장담할 수 없어요. 매일 열심히 일거리를 찾아다녀야죠.”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오전 5시 30분께 북구 중흥동에 위치한 직업소개소.

이른 새벽부터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일용직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직업소개소 대기실에선 외국인 노동자와 청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등 30여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다. 표정에는 당장 일거리가 있어 근로할 수 있을지 근심이 가득했다.

10여분이 지나자 하나둘 이름이 불렸다. 이름이 불린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현장으로 향했지만, 불리지 않은 대기자들의 얼굴은 점점 초조해졌다. 1시간 넘게 기다렸어도 결국 이름이 불리지 않은 노동자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2년째 일용직 노동을 하는 김무현씨(53)는 “예전에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사장님 소리도 들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어 결국 문을 닫았다”며 “가족을 부양해야 하다 보니 일용직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 연휴에는 일감도 없어 막막하다. 내일은 더 일찍 나와야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오전 8시 30분께 광산구 장수동의 CJ대한통운 택배 집하장.

건물 내부에선 약 120여 명의 택배 운송기사와 분류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도착한 택배 물량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추석 연휴를 맞아 증가한 택배에 노동자들은 쉴 틈이 없었다.

평소 1대당 3,000여개의 택배를 실은 간선차량 7대가 들어오지만, 이날은 추석을 앞두고 물량이 폭증하면서 차량도 11대로 늘었다. 물량이 늘어난 만큼 평소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던 작업 시간은 오후 1시까지 연장됐다. 일손은 그대로인데 처리해야 할 택배는 넘쳐나면서 작업 강도도 높아졌다.

간선차량이 도착해 집하장 내 레일 위로 택배 상자가 쏟아지자 노동자들은 배송지별로 빠르게 물건을 분류했다.

분류된 택배는 곧바로 운송 노동자들이 배달 차량에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았다.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땀이 계속 흘러내렸고 옷은 흠뻑 젖어 마를 새가 없었다. 선풍기로는 더위를 피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오전 9시. 노동자들은 레일을 멈추고 15분간 휴식시간을 가졌다. 노동자들은 각각 가져온 도시락을 먹거나 선풍기 앞에 앉아 땀을 식혔다. 일부 노동자들은 잠깐 눈을 붙이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체력을 회복하려 애썼다.

4개월차 택배분류 노동자 김모씨(36)는 “추석이 다가오는 가을이지만 날씨는 한여름 못지않게 덥다”며 “명절이 다가올수록 택배 물량이 늘고 선물 무게도 평소보다 무거워 힘들다”고 말했다.

택배 운송 노동자 이기호씨(51)는 “명절에는 과일이나 수산물 등 조심히 다뤄야 할 물건이 많아 물품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그래도 배송 물량이 수입과 직결되는 만큼 이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택배를 운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