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복잡하고 우울하거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방법의 하나로 추천되는 것이 미술관 나들이다. 위대한 작품을 보며 경이로움과 경외심을 느끼고 수준 높은 사색을 즐기는 순간은 큰 위로가 된다. 올해 관심 있는 전시 일정을 챙겨 미술관 나들이 계획을 짜보는 것도 아이디어다.

2025년 국내에서 대규모 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지역민들에게는 서울까지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좀처럼 만나기 힘든 전시이거나 외국에 나가야만 볼 수 있는 전시를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호암미술관은 오는 4월 한국 회화사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진경산수화의 대가를 심도있게 조명하는 ‘겸재 정선’ 전을, 8월에는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을 조명하는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을 연다.

‘겸재 정선’ 전은 정선의 회화세계 전모를 살펴볼 수 있는 매우 드물고 귀한 기회로, 진경산수화는 물론 산수, 인물, 화조영모화(꽃과 새, 동물을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대표작 120여 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선을 주제로 한 전시는 종종 있었으나 정선 회화세계의 전모를 주요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는 전시는 처음이다. 특히 국보 ‘금강전도’가 2015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세밀가귀’전 이후 1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은 한국에서 25년 만에 열리는 부르주아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부르주아는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70대에 접어든 이후인 1980년대에 이르러 조명받기 시작, 1990년대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거대한 거미 조각 ‘엄마’, ‘밀실 XI(초상)’을 비롯한 리움미술관 소장품과 한국에 처음 공개되는 1940년대 초기 회화 등을 볼 수 있다. 현재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부르주아 전시에 나온 작품도 일부 온다.

피에르 위그 작 ‘카마타’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은 2월 생태학에서 기술과학에 이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바탕으로 현대사회 이슈를 폭넓게 다뤄 온 세계적인 작가 ‘피에르 위그 개인전’을 개최한다. 피노 컬렉션의 베니스 소재 미술관 푼타 델라 도가나와 리움미술관이 공동 제작 지원한 신작들이 포함되며, 영상, 사운드, 조각, 설치 등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형태를 제시한다.

9월에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 유토피아적 모더니티, 인류의 진보주의적 열망과 실패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 이불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이불 개인전’을 연다.

이불 작 ‘나의 거대 서사_바위에 흐느끼다…’ 리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은 4월 세계적인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 개인전’을 연다. 혈관, 주름, 피부의 질감까지 완벽히 재현하는 그의 작품은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강렬한 인상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 ‘Mass’를 포함해 조각, 사진, 다큐멘터리 등 약 30여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불 작 ‘나의 거대 서사_바위에 흐느끼다…’ 리움미술관 제공

8월 서울관에서 열리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의 회고전도 눈에 띈다. 김창열의 초기부터 뉴욕 시기, 프랑스 초기부터 말년까지를 조명하는 전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3월 고미술 기획전인 ‘조선민화대전’을, 8월에는 동시대 추상화를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 마크 브래드포드의 국내 첫 기획전을 개최한다.

‘조선민화대전’은 지난 2023년 ‘조선 병풍의 나라’를 개최해 호평을 받았던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다시한번 선보이는 고미술기획전이다. 조선시대 민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전시로 16개 기관이 소장한 120여점을 모아 소개한다.

미국 LA 출신인 브래드포드는 도시의 부산물을 재료로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작품에 반영한 작가다.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대형 작품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