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광주시에서 열리는 전국 숙련기술인의 대축제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반쪽짜리 대회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가 나온다.

산업기술 인식 향상, 인재 양성 등 산업과 경제 발전에 중요한 대회로 손꼽히지만 16년 만에 개최지가 된 광주시에서는 운영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찬밥 신세’를 당하고 있어서다.

21일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본부와 광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오는 9월 광주시에서 열리는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광주시가 편성한 예산은 34억 7,000만원이다. 이는 2024년 경북(80억), 2023년 충남(72억), 2022년 경남(70억), 2021년 대전(83억)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전국기능경기대회의 주요 목적은 우수 숙련기술인 발굴과 기술 수준의 향상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다.

예선전 개념의 각 지역 기능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50개 직종의 숙련기술인 1,8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기술’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재조명하고 최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수준급 대회로 여겨진다.

또한 참가자 90% 이상은 고등·대학생으로 국가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의 메카로도 불린다.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출전권을 얻는데 대한민국 선수단은 국제대회 종합우승 19번을 차지하며 국가 위상을 높여왔다.

산업발전을 도모할 중요한 대회인 만큼 광주시교육청, 고용노동부는 불경기 장기화에 국가적 재정 상황 어려움에도 이전 대회 예산 수준인 각각 70억원·68억원 씩 편성했다.

전국기능대회 소요 예산은 약 200억원으로 개최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고용노동부(산인공)이 분담한다. 규정은 없지만 환갑을 맞은 60회 대회까지 관례적으로 세 기관이 균등하게 부담해 왔다.

다만 16년 만에 개최지가 된 광주시는 반토막 난 예산을 편성하면서 대회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는 대회 핵심인 ‘열린경기장’ 구축·운영비를 분담하는데 △시설비 25억 4,000만원 △운영비 8억 4,000만원 △행사비 1억원 등 총 34억 8,000만원 예산이 작년 말 시의회를 통과해 확정됐다.

대회 운영 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산인공 광주본부는 최근 이번 대회의 열린경기장 시설 원가계산 용역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산출된 금액은 약 46억원. 불필요한 행사를 축소하고 비용을 아끼더라도 시설비에서만 약 21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대로 대회가 진행된다면 시설과 장비 구축이 미비해지고 대한민국 숙련기술 발전에 위축된 분위기와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CNC/밀링 등 부상 위험이 다소 높은 직종에서의 안전상 문제와 선수·관계자 1만 8,000여 명이 광주를 방문하는 만큼 지역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AI 중심도시 광주’ 슬로건과 정반대 행보라는 목소리도 높다. 대회는 전통적인 직종 외 폴리메카닉스·사이버보안·산업용드론·IT네트워크시스템 등 첨단기술 직종도 마련됐다.

한국이 종합 2위를 차지한 지난해 ‘프랑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수상한 광주 선수 5명 모두 4차 산업 직종에서 메달을 획득한 만큼 지역 선수들이 특히 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도 추경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회 운영을 지원하고 성공적으로 마쳐 전국민에게 ‘AI 선도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필순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산업의 기초인 ‘기술력’을 발전시키고 참가자 다수가 고등학생인 만큼 인력 양성에도 큰 역할을 할 만큼 중요하다”면서 “삭감된 대회 예산에 대해 지역 명장·명인·교육계 등도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광주시는 전국 숙련기술인과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대회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최고의 기량을 겨룰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와 예산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불경기에 재정이 어려운 시기 개최되는 행사인 만큼 개·폐회식 등 부대행사에서 허례허식을 줄이고 내용도 축소해 최소 경비로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지난 7년 간 전국기능경기대회 운영 예산을 토대로 1년 간 검토해 충분히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예산을 산정했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주최측인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