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등 모임이 잦아지는 연말연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어요. 평상시 같았으면 저녁에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려는 손님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네요.”

광주에서 10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모씨(58)는 경기 불황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대면 모임이 제한됐던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힘들었는데,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더 어려워졌다”며 “하루 종일 일해도 수입이 거의 없는 날이 태반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이어 “예전에는 밤늦게까지 손님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들 모임도 안하고 일찍 귀가하니 배차 콜도 뚝 끊겼다”며 “하루 종일 핸들을 잡고 있어도 빈 차로 돌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하소연했다.

배달기사 이모씨(30)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배달 주문 콜이 반토막났다고 울상지었다.

이씨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하루 평균 40~50건의 배달 콜을 처리했지만, 최근에는 많아야 20건 남짓이다”며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배달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을 하는 김모씨(65)도 “불과 5년 전만 해도 하루 50건 이상 콜이 쏟아졌는데, 지금은 10건도 채 되지 않는다”며 “어떠한 날은 콜 한 건도 없는 경우가 있어 가족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경기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택시·배달·대리기사 등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삶도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공공운수업계의 위기는 그만큼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기 침체의 징후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 국제유가 상승과 정치·사회적 불안전성에 따른 모임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일 광주시 자동차운행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광주 법인·개인택시 종사자는 7,408명으로 5년 전인 2019년(8,378명)과 비교해 1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택시 기사는 2019년 4,795명에서 2023년 4,782명으로 0.3% 소폭 감소한 반면, 법인택시 기사는 3,583명에서 2,626명으로 26.7%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승객 감소에 따른 수입 불안정에 택배·배달·대리운전 등 직종으로 일자리를 옮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운전인력이 필요한 배달·대리운전 업계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광주시 공공배달서비스인 ‘땡겨요’, ‘위메프’의 배달 건수는 46만 5,506건으로 전년(46만 9,405건) 대비 0.8% 소폭 감소했다.

또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심야 교통량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리운전 업계도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대리운전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 대리) 등 대기업 플랫폼까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와 관련 안윤택 민주택시 광주본부장은 “택시 요금이 만만치 않다 보니 시민들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며 “택시 기사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안 본부장은 이어 “택시 기사들이 이탈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수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내버스처럼 택시도 준공영제를 도입해 기사들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고 복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리운전사 A씨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플랫폼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지역 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수수료 부담도 커지고 수입도 줄어들면서 기사들이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으로 떠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