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뱀이 이끈다는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나라를 위해 밤이슬 마다하지 않고 참군인 정신으로 ‘위국헌신군인본분’에 소임을 다하고 장기근속 후 전역하는 예비역 장교와 부사관들이 생각난다.

최근 시국이 어수선하다. 국민과 영토 주권 보호에 반평생을 몸담고, 국가에 충성한 뒤 전역하는 참군인 예비역들이 얼굴을 들수 없게 만든 소수 정치군인들로 인해 무너지는 군의 위상을 보며 안타까움 금할 길 없다.

자고로 “군인은 전방만 주시하라”고 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부하고 정치군인으로 계엄에 가담한 극소수 군인들은 응당한 대가의 벌을 받아야 국군장병의 마음을 위로해 주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올해 광주지방보훈청 제대군인센터에서 장기근속 후 제대하는 광주 전남북 예비역들의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멘토 역할을 맡게 됐다.

2012년 육군 중령 전역한 예비역이다. 증조부가 의병이었기에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육군병장으로 전역한 뒤 다시 장교의 길을 걷기 위해 3사관학교 후보생으로 입대했으며 근속 30여 년을 복무한 뒤 전역했다. 당시 50대 초반이었고 늦깎이로 결혼한 탓에 여전히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자녀를 두고 있었다. 앞이 캄캄했다. 벌어 놓은 것도 부족했으며 취업도 해야 하는데 무엇하나 자신있게 내 놓을게 없었다.

그렇다고 좌절할 수만은 없었다. 가족과 자식, 모친이 있었기에 마음을 새롭게 다졌다. 인생 2막을 맞아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각오로 달려들었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나만의 상품을 만들자’는 각오로 전문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회복지교육학, 경영유통학, 문예창작학 등을 단기간에 수료·졸업했다. ‘자격증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자격증 취득 작업에 몰두했다. 그 결과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유통실무사, 평생교육사, 행정사, 심리상담사, 한자 1급, 전기 가스 소방 등 기술 자격증, 안전지도사 1급 등 20종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게 됐다.

충분한 자격을 갖춘 뒤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2012년 전역 후 최근까지 8곳의 직장에서 나만의 잠재적 역량을 발휘하며 보람과 희망 설렘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 전문지식 습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자와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인생 후반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강의하는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나만의 1%’란 닉네임 속에 삶을 즐기고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맘고생도 많았다. 전역 초기 취업문을 두드리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경비직 외 쓸모없는 사람” 등의 얘기를 들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마치 군인이었다는게 죄인이라도 되는 것 처럼.

군문을 나와 제2의 삶을 준비중인 장기근속 예비역 후배들이여. 국민과 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해 참군인으로 살며 젊은 날 푸른 제복과 벗하던 군인 정신만 간직하고 나머지는 다 비우라고 조언하고 싶다.

인생학자들은 인생2막은 쉼의 시간이 아니고 제2의 성장기라고 했다. 절대 ‘아는 게 없으니 또다시 무엇을 배우고 익힐 수 있을까’ ‘모든게 귀찮으니 지금 이대로 살겠다’ 는 부정적, 좌절감은 벗어던지기 바란다. 새로운 삶을 위한 환골탈태 정신을 갖춰야 한다.

올해 광주보훈청 제대군인센터 멘토가 됐다. 활동 가이드인 “멘티에게 희망과 의욕을 심어주고 도와주고 심리적, 정서적 불안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 매진할 계획이다. 전역하는 후배 직업군인들의 사회적응을 이끌어주는 예비역 군인으로서 진정성을 갖춘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올 한해 이루고자 하는 희망의 파랑새를 ?아 멘토 선배들과 함께 힘차게 날자. 날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