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도 전·현직 고위 관료들의 출마설이 잇따르면서 지역 정·관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십여년 공직에 몸 담는 등 전문성을 살려 지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여론에 떠밀려 소위 "선거 바람만 들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교차하고 있고, 무성한 설들이 실제 출마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31일 전남도와 지역 정가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전남도 고위 공직자 중 단연 행보가 주목받는 이는 명창환 행정부지사다.

지난 2023년 8월 전임이던 문금주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선 출마로 사퇴하자 곧바로 승진 임명된 명 부지사는 순천시장 내지 고흥군수 출마설이 나오면서 경쟁 후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흥 출생으로 순천고, 전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제1회 지방고시를 거쳐 1996년 공직에 첫발을 디뎠다. 여수시를 시작으로 전남도 안전행정국장, 순천시 부시장, 행정안전부 지역공동체과장,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지원단장 등 30여년간 중앙과 지방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발군의 업무 추진력에 합리적인 성품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명 부지사는 현재 고교시절과 공직생활을 이어간 순천과 고향인 고흥 모두에서 강한 러브콜을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에선 무소속인 노관규 시장을 상대할 대항마로 지방의원들을 중심으로 출마 권유를 받고 있고, 탯자리인 고흥에서도 정치·행정의 면모 일신 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적임자로 추대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정가에서도 고위 공무원이자 행정 전문가인 명 부지사의 안정감과 신뢰감에 더해 정치신인 가점 등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명 부지사는 이날 전남매일과 통화에서 "고향을 비롯해 지방선거 출마 권유를 받고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인데다 챙겨야 할 도정 현안도 산적해 있는만큼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명 부지사 외에 강영구 도민안전실장과 소영호 전략산업국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나주 산포면 출신임 강 실장은 도청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뛰어난 업무 추진력과 정무적 감각까지 더해 민주당 나주지역위원회 등 지역사회에 잠재적 나주시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고향에서 부시장으로 열심히 일을 해 그런 말들이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전혀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신발끈을 조일 수 있다는 시선도 적잖다.

전남도 정책기획관, 농축산식품국장, 목포 부시장 등을 지낸 소영호 국장의 장성군수 출마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장성 서삼면 출신인 소 국장이 장성고등학교 1회인 탓에 동문을 중심으로 군수 출마 권유를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 국장은 "동문들과 지역의 변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출마 권유를 받고 있지만, 맡고 있는 도정이 워낙 많고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도정에 올인하고 있다"고 입장을 대신했다.

직전 고위직 중에서는 올해 1월 퇴임 이후 완도군수 출마를 굳힌 김세국 전 감사관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감사원 비서실과 사회복지감사국, 지방행정감사국 등 지역 관가에선 드문 감사원 출신이라는 점과 4년여 동안 재임한 전남도 감사관 시절 빈집, 해양페기물 정책감사 등을 통한 행정 능력도 돋보인다는 평가다.

고금면 출신인 김 전 감사권은 "18년간의 중앙행정과 4년여 동안의 지방행정 경험을 살려 고향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완도에서는 또 청산면 출신으로 직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선후보로 뛰었던 지영배 전 전남도 한전공대 설립지원단장이 지역민들과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이밖에 박노원 전 장성부군수가 장성군수에, 김병주 전 전남도 관광문화체육국장이 나주시장에 뜻을 두고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남도청 고위 공직자 중에서는 행정부지사를 지낸 김영록 현 지사가 재선 국회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거쳐 현재는 호남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또 이개호 전 행정부지사가 농식품부 장관을 거쳐 4선 중진 반열에 올랐고, 문금주 전 행정부지사도 퇴임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거머쥐었다.

윤병태 나주시장과 강진원 강진군수, 신우철 완도군수, 김종식 전 목포시장, 권오봉 전 여수시장, 정현복 전 광양시장 등도 대표적인 전남도 간부공무원 출신이다. 정근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