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다시 회자화되고 있는 영화가 한 편 있다. 지난 ‘인디봄’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는 영화‘어른 김장하’다. 2023년 11월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윤 대통령 탄핵과 함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문형배 재판관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그와‘김장하’선생과의 인연이 다시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2019년 헌법재판관 청문회에서 문형배 재판관은 이렇게 말했다.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나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 때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업자로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건립하여 경상남도에 기증을 하였고 수백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였으며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하신 선생의 말씀을 저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문형배 재판관은 평소 김장하 선생의 이런 뜻을 되새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의 인성때문인지 탄핵 심판이 끝나고 문형배 재판관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김장하 선생의 다큐멘터리‘어른 김장하’가 많은 영화관에서 재개봉했으며 OTT에서도 역주행 중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디봄’에 처음 소개했을 때도 이 영화는 널리 많은 이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썼는데 이렇게 재개봉 소식과 함께 내 주변인들도 최근에 봤다는 말에 참으로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기획한 김주완 기자의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책 ‘줬으면 그만이지’ 역시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니 앞으로 김장하 선생과 같은 분들이 대한민국에 더 많아진다면 문형배 재판관과 같은 법의 수호자들도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꿈꿔본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극장에서 꼭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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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한 장면 |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세월호 11주기
4월 16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다. 그날의 참사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로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와 애도의 행사들이 열렸다. 이러한 가운데 한편의 세월호를 다룬 영화가 올해도 개봉했다.
‘침몰 10년, 제로썸(2025, 윤솔지)’
“제로섬, 어떤 시스템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하여 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국어사전)”를 말한다. 영화는 제목의 의미처럼 누군가가 이득을 위해 다른 이들이 희생됐음을 세세히 파헤친다.
‘다이빙벨(이상호, 안해룡, 2014)’,‘나쁜 나라(김진열, 이수정, 2015)’,‘업사이드 다운(김동빈, 2016)’,‘눈꺼풀(오멸, 2018)’,‘부재의 기억(이승준, 2018)’,‘그날, 바다(김지영, 2018)’‘생일(이종언, 2019)’,‘유령선(김지영, 2020) ’,‘당신의 사월(주현숙, 2021)’,‘로그북(복진오, 2021)’,‘장기자랑(이소현, 2023)’,‘너와 나(조현철, 2023)’,‘세월, 라이프 고즈 온(장민경, 2024)’,‘바람의 세월(문종택, 김환태, 2024)’,‘목화솜 피는 날(신경수, 2024)’,‘세 가지 안부(한영희, 주현숙, 오지수, 2024)’등 10여 년간 세월호에 관한 영화는 꾸준히 제작됐다. 왜? 왜 그들은 지금도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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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다 ‘침몰 10년, 제로썸’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사람들을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영화는 이 두 가지 화두를 전면으로 내세워 당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사회적참사 특조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들, 민간 잠수사들, 유가족, 조사 과정을 취재했던 언론인들의 증언과 그동안 조사된 공식 보고서들을 가지고 그날의 진실에 다가간다.
‘다이빙벨(이상호, 안해룡, 2014)’,‘업사이드 다운(김동빈, 2016)’, ‘부재의 기억(이승준, 2018)’, ‘그날, 바다(김지영, 2018)’, ‘유령선(김지영, 2020)’등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국가의 진실 규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진실은 음모론이라는 단어들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언론보도는 통제되었고 국민 여론 또한 세월호가 침몰하듯 침몰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침몰 10년, 제로썸’은 세월호가 4년 만에 인양됐듯이 찜찜했던 진실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와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서 잠정적 결론을 내린 세월호 선체 내부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인설보다는 당시 함께 제시됐지만 유야무야 사라져 버린 외부 충격에 의한 외력설에 그 무게를 둔다.
영화는 외력설에 관한 각계전문가들의 증언과 실험, 당시의 녹취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왜 정부가 이를 막으려 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그리고 5년간 세월호 대통령으로 불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원망도 여실히 드러낸다.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시간, 그러나 구하지 않았다, 아직 생존자가 있었음에도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이 모든 원인과 이유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영화를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진실의 답답함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일었다. 더이상 음모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증언과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럼에도 왜 그들은 침묵하는가. 이 모든 것이 정말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은폐되어진 사건이라면 너무나도 억울하고 끔직한 일이 아닌가. 국민을 수호해야하는 국가가 국민을 기만한 일이 된 것이다.
이 영화만큼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봤음하는 바람으로 영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지 않기로 한다. 직접 가서 보셔야 한다는 말을 꼭 남기며 왠지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세월호 진상 규명에 관한 열망이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촛불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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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
●우리들의 분노“죽지 않아야 될 사람들이 죽어서…”
영화‘침몰 10년, 제로썸’은 윤솔지 감독이 10년간 집요하게 추적한 기록의 영화다.
지난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 11월부터 배급사를 통해서가 아닌 시민 자발적으로 결성된 시민배급위원단에 의해 전국 60여 곳에서 공동체 상영회를 진행하는 관객들의 관심과 응원 속에서 올해 4월 2일 극장 개봉을 하게 된 보기 드문 케이스다.
윤솔지 감독은 “슬퍼하기보다는 분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죽지 않아야 될 사람들이 죽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 민간인 잠수부의 이 말처럼 죽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299명이나 죽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실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분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도 많은 희생이 있었던 세월호의 진실은 꼭 규명돼야 한다. 이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애도를 넘어 그날의 진실을 밝히려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지속적인 국민의 지지가 진상 규명을 압박할 수 있다.”(윤솔지 감독)
이제 윤석열 정부는 끝이 났다. 그들에게는 절대 가질 수 없었던 희망을 올해 새로 출범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세월호 문제를 꼭 해결할 수 있길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현재 CGV, 메가박스, 광주독립영화관, 목포시네마MM에서 상영 중이며 꼭 보시길 강하게 추천한다.
*정주미=일본 메이지가쿠인대학 대학원 예술학 영상학과 박사. 전 광주독립영화관gift부관장·프로그래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