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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광주는 어떤 영감을 주는 도시인가

2022. 11.27. 15:42:23

<열린세상> 광주는 어떤 영감을 주는 도시인가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올해 수능시험 체감 난이도도 만만찮았다고 한다. 필자의 고교 3년은 순탄치 않아 잊고 싶은 시절이지만 돌아간다면 열공해 보고픈 마음이 강렬하다. 당시 학력고사(수능 이전 이름) 점수를 받아들고 어느 대학, 무슨 과로 진학하는 게 좋을지 상담할 때 선생님이 영문과를 지원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필자의 대답은 ‘노’였다. 영어를 대학교까지 가서 학습한다는 게 지겨워 대번에 거절했다.

그때 영문과에 대한 인식이 일천해 그런 발상이 나왔던 것 같다. 영문과는 영어학·영문학을 공부한다는 일반론적인 생각에 그쳤다. 영어학·영문학은 당시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타파하기 위해 미국·영국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통로였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를 보는 영감을 주는 학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우리가 영어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영미인,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한 일차적 수단을 넘어 언어와 문학을 통해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영어, 선진국의 언어를 습득해야 하는 이유다.

선진 문물 받아들이는 통로

영감을 주는 것은 선진국 언어와 문학만이 아닐 것이다. 선진국을 가보는 것은 시야를 크게 확장하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단순 관광 자체도 그렇지만 주지하는 것처럼 지방자치 제도의 활착을 위한 견학,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현장학습, 첨단 미래도시 디자인 연구 등을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광주 발전 상황을 좀 더 훤히 보기 위해서는 내부 곳곳을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부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일을 빼놓아선 안 된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양 갈래로 나뉘는 동남부 영남권과 서남부 호남권 가운데, 국토 불균형의 도시 광주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발전을 이끌어낼 것인가를 연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경제적 지형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선진 도시의 흐름을 잡아가는 노력을 기울여 한다.

서울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내려올 때면 광주란 도시에 대해 아스라함을 느끼곤 한다. 정치·역사의 굽이마다 두드려졌음에도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곳…. 야간열차이면 더욱 묘한 기운이 몸을 휘감는다. 정치·행정인, 기업인, 지역민들 모두 한 번쯤은 유사한 감정을 느껴봤으리라. 한마디로 ‘기울어진 한반도’, 즉 국토 불균형을 어떻게 평평하게 이룰 것인가. 동남부 영남은 높게 융성하고 그 반대편은 낮은 수준의 경제적 삶을 영위해가는 것을 스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솟는다.

이런 문제의식 가운데 광주 밖 사람들은 광주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하고 있으며 과거 과격, 투쟁, 정치의 도시란 인식을 넘어섰는지, 그렇지 않았으면 무엇 때문인지, 외지인이 광주 방문에서 어떤 기운생동을 받는지 등 살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이런 것이라고 본다. 도시 행정이 관료조직의 연장선에서만 맴돌면 하책이다. 사유의 폭을 넓혀 도시 전체 그림을 그려가는 일이 절실하다. 이런 그림 속에는 인프라 확충과 각종 개발사업, 지역민 정서와 성숙한 시민의식 고양을 위한 그 무엇이 담길 것이다.

광주는 현재 도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러 현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아트 시티 구축이 있고, 도심 활성화를 위한 재생사업 및 복합쇼핑몰 유치가 있으며, 나아가서는 인공지능(AI)·광주형 일자리, 군 공항 이전 등 대형사업이 줄줄이 있다. 요는 이런 사업이 어떤 비전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가이며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지 기준점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광주가 정치의 도시에서 경제의 도시로 대전환하기 위한 과정인 것인지, 아니면 정치의 도시란 대전제 하에 진행되는 광역도시의 또 다른 면면일 뿐인 것인지, 더 구체적으로는 AI 대표도시가 맞는 것인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확실한 것인지 등 광주시민은 물론 타 지역민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명확한 도시 지향점 아쉬움

도식적으로 말한다면 광주는 경제적 풍요를 섬기는가, 아니면 자본보다는 문화와 생태환경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가, 그것도 아니면 이들 양자 간의 절충주의를 추구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이 요구된다. 그것이 확고하다면 광주 안팎에 주는 메시지가 혼선을 주지 않을 것이며 일의 속도감을 가질 것이다. 물론 이들 가치에 대한 지역사회 내부의 합의, 최소한 암묵적 동의 같은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현재 민선 8기 광주시가 추진하는 ‘내일이 빛나는 기회의 도시’는 전체 도시가 지향하는 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슬로건으로 광주가 어떤 영감을 주는지와 직결돼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아직은 그 구체적 실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솔직한 심정이며 궁극적으로 광주만의 기회란 무엇인가도 잘 잡히지 않는다. 광주가 지향하는 도시주파수를 시민들뿐 아니라 정부며, 기업인이며, 외지인들에게 명확히 보내야 할 것이다. 광주는 어떤 도시인가, 현재 이에 대한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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