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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비은행 금융기관과 부동산PF

2022. 12.26. 15:53:12

<화요세평>비은행 금융기관과 부동산PF
강정미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경제조사팀장


필자는 2012년초에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내의 비은행연구팀이란 곳에 발령을 받고 근무하게 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이를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 강화가 강조되던 시기였다. 이는 중앙은행이 담당하던 영역을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개별 기관의 건전성에서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으로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맞물려 국내에서는 2010~2011년 중 부동산PF(Project Financing) 대출부실 사태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구조조정되었고, 2012년에는 이에 대한 후속조치들이 취해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쓰면서 거의 매일같이 야근에 치여 살던 시절이기도 하다.

부실대출 경고음 잇따라

역사는 돌고 돈다고들 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수많은 보고서가 나오고 새로운 규제들이 도입되었지만 경기 하락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부실대출에 대한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다시 들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양상이 호황에서 침체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PF 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금융중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을 총칭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신협,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과 같이 예금을 취급하는 기관부터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포함된다.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서로 경쟁을 촉진하여 효율적인 자금과 신용의 배분에 기여한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기 때문에 부실에 대한 리스크도 더 크게 안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의 본래 모습과 유사하지만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의미로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이라고도 부른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큰 수익을 요구하게 된다. 비은행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높은 이자를 주고 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금 운용처를 찾게 된다. 아무리 규제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금융기관 본연의 수익추구 행위를 모두 막기는 어려운 일이다.

부동산PF는 이러한 비은행 금융기관에게 항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어 왔다. 돈을 빌려줄 때 자금조달의 기초를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에 두지 않고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실패 시에 자금회수를 하지 못할 리스크가 높은 대신 프로젝트가 성공 시에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커진다. 시장금리가 낮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에는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익성 높은 좋은 자금 운용처가 되어 주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어 부동산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기 시작하면 부동산PF 대출은 급격히 부실이 진행될 우려가 높다.

금리상승 경제 한파 준비를

게다가 이러한 부동산PF 대출의 경우에는 대출 실행을 위한 차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대신 대형 건설사나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보증을 요구하게 되고 하나의 부동산PF에 다양한 건설 관계사와 금융기관이 얽히면서 하나의 부실이 연쇄적인 영향을 초래하면서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기도 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고위험 대출의 규모를 제한하고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규제들이 도입되고 강화되었다. 이러한 규제들은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모두가 수익을 쫓을 때에는 불편한 장애물 쯤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되고 경기 침체의 어둠이 드리워질 때에는 개별 기관의 부실이 도산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고 시스템에 연쇄적인 효과를 미치지 못하도록 막는 금융시스템의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된다.

유명한 미드인 왕좌의 게임 속 캐릭터들이 불안할 때마다 항상 되뇌이는 말이 있다. “Winter is coming”. 우리에게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내릴 뿐 아니라 과거 유동성의 넘쳐나던 호시절을 지나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가 둔화되는 경제의 한파를 마주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해가 낮아지면 그림자의 꼬리는 길어지게 된다. 얼른 따뜻한 외투를 걸쳐 입고 서랍장 속에 넣어두었던 장갑과 장화를 다시 꺼내 신고 겨울을 무사히 보낼 준비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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