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도

고사도는 천일염의 고장, 신의면에 속한 작은 섬이다. 섬의 이름처럼 높은 산이 있고 모래가 많다 해 고사도(高沙島)로 불린다. 현지인들은 ‘높은 서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예전엔 진도군 조도면에 속했다. 지난 1983년 대통령령에 의해 신안군 신의면으로 편입됐다.

고사도는 그리 먼 섬은 아니다.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신의면까지 두 시간 가량 배를 타면 된다.

고사도 선착장.

신의 동리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작은 도선 ‘고평사호’로 5분 남짓 가면 도착한다.

고평사호

고평사호는 배 시간에 맞춰 신의면과 고사도, 평사도를 잇는다.

승선정원은 고작 6명이다. 고사도에 닿으면 고사부락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꽃고빗과의 여러해살이풀이 한데 어우러졌다. 가지는 많이 갈라지고 땅을 덮는 꽃잔디가 화려하다.

마을의 입구에는 천안 전씨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열녀각이 자리한다. 비석 주변은 돌담장으로 둘러져 있다.

고사도에서 만난 고사도리 강호선 이장(77)이 집 안을 공개했다. 기와를 얹은 아담한 집, 널찍한 마당이 인상적이다.

친환경전기차 파밍보이가 멋스럽다. 자동차가 없는 섬의 유일한 차다. 강 이장과 함께 섬 곳곳을 들여다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뿐이다. 신의고사길을 따라 걸으면 울퉁불퉁한 아스팔트길이다.

길 아래 위치한 ㄱ(기역자) 자 형태의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오래된 절구도 흥미롭다.

하얀 꽃망울을 터뜨린 도라지 밭에는 고라니의 습격을 막기 위해 촘촘하게 울타리를 쳐놨다. 드문드문 도라지 밭이 눈에 띈다.

평사도 주민들

주민들은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재배하기 쉬운 작물을 택했다. 마을 사람 대부분은 80세를 훌쩍 넘겼다. 10가구 20명이 거주중으로, 73세의 어르신이 가장 젊다.

주민들은 도라지 외 완두콩, 마늘, 고추 농사를 짓는다.

곳곳의 휴경지에는 풀과 잡목만 무성하다. 아쉽게도 집터는 대나무로 뒤덮였고 묵은 밭은 20년이 넘게 그대로다. 경찰서 초소로 보이는 터도 대나무가 차지했다.

길에서 만난 박씨 할머니는 “인심 좋고, 바다 좋고, 모래가 자랑거리다”며 고사도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20세에 신의면 상태에서 이사와 63년째 고사도가 좋아 정착했다고 귀띔한다.

박씨 할머니는 “바닥(바다)에서 고동 캐고 산에서 고사리 채취해 벌이도 짭짤하다”고 말했다.

골목길 끄트머리에는 꽤 넓은 마당이 있고, 정자와 뒤편으로 경로당이 위치한다.

경로당은 남녀화장실, 정수기, 다용도실, 주방, 혈압측정기, 안마의자, 노래방기계, 방송장비 등을 갖췄다. 어르신들의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한때 어업이 활기를 띄었다. 유자망 배가 10여척이나 있었고 톳 양식, 김 양식도 활발했다.

현재도 인근 바다에서는 다시마양식이 한창이다.

2006년에 들어선 태양광발전소에는 4명이 근무중이다. 고사도는 넓고 깊은 저수지 때문에 물이 부족하지는 않다.

한때 50여명이 넘게 다녔던 고사도분교장은 폐교 된지 오래로, 교실로 보이는 윗부분만 남아있다.

원래는 진도서초등학교 고사도분교장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배를 타고 진도까지 가서 운동회에 참석하곤 했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섬 휘파람새의 짖음에 매료된다. 담장에 달라붙은 넝쿨에 영근 탐스런 송악 열매는 먹어서는 안 되는 독이다. 고사도는 걸어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작은 섬이다.

평사도 전경

◇평사도

평사도로 가기 위해 선착장에 멈춰 있는 고평사호에 오른다. 떠나 온 고사도가 안개에 갇힐 듯하다. 고사도와 평사도는 불과 500m 거리다.

1분여만에 도착할 만큼 가깝다. 부잔교에는 명현호, 동해, 덕수호, 태진 3호 등이 정박중이다.

평사도 주민들의 주 수입원인 톳 양식을 위한 배다. 길은 두 곳으로 나뉜다. 오른쪽은 태양광시설로 들어서는 길이고,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왼쪽이다. 길섶에 유채꽃이 하늘거린다. 밀물 때 인지라 마을 앞 까지 바닷물이 차오를 기세다.

길가에는 정체불명의 까만 색 비닐봉지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놓여있다.

평사도 지네잡기

지네를 잡는 수단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만히 놔두면 하루에 100마리 가량 지네가 제 발로 들어간다. 그렇게 잡힌 지네는 햇볕에 꼬박 하루를 넘게 건조시켜서 목포로 내다 판다. 한 마리당 700원 정도로, 부녀자들의 부수입 벌이다.

지네는 4-5월에만 잡힌다. 키 높은 해송을 따라 바다를 옆에 두고 걸으면 마을이다.

고사도와 마찬가지로 완두콩 밭이 많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보리밭도 듬성듬성 보인다. 밭작물은 마늘, 고추, 깨, 고구마 등이다.

평사도는 고사도와 달리 지형이 평평하다. 고사도와 함께 신안군 신의면에 편입된 지 올해로 40년이 됐다.

마을을 둘러싼 구릉(27.5m)의 동쪽에 위치한 고평사리 평사유물산포지는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적갈색연질토기편, 회청색경질토기편, 자기류 등이 출토돼 삼국시대 이후로 추정된다.

처마 밑 무청이 달린 집 옆, 옹달샘이 정겹다.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할 만큼 시원하고 맛이 좋다.

웃음소리가 마을에 울려 퍼지는 집 앞에서 발을 멈췄다.

고사도에서 동행한 강호선 이장과 고평사호의 김영복 선장(67)이 반갑게 맞는다.

김 선장의 부인 박화숙 어촌계장(61)은 해남에서 이사와 이곳에 정착했다. 톳 양식을 하는 조정미 부녀회장은 진도에서 시집와 터를 잡았다.

고평사도의 실세(?)들이 모인 셈이다. 김 선장의 아들은 집배원으로 매일 고사도와 평사도를 오고, 간다.

작고 아담한, 아름다운 섬이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들은 한결같이 넘쳐나는 빈집들은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많을 정도다. 마을 뒤, 당군넘 해변은 몽돌이 좋아서 주민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다.

평사길 68-10은 경찰서 자은지서와 초등학교 분교장이 나란히 위치한다.

교사 건물만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향나무가 빼곡하게 주변을 에워 쌓았다.

지난 2018년 해수 속의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만든 해수담수화 시설은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평사길 42번길 대문 앞, 통일을 염원하는 한반도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평사도 선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