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9일 만에 신속히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반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재판은 3년째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8일 오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어 기존 판결을 뒤집는 파기환송 판결도 9일 만에 처리하는 대법원이 왜 미쓰비시 강제집행 판결은 3년씩이나 묵히고 있는 것이냐”며 “과연 대법원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대법원에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양금덕 사건과 관련한 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 2건,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사건과 관련한 일본제철 소유 PNR 주식 강제매각 사건이 각각 계류 중이다”며 “양금덕 할머니 사건의 경우 1심과 2심을 거쳐 2022년 5월 6일 대법원에 접수돼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고 말했다.

또한 “양금덕 할머니 사건은 2012년 소송을 제기해 6년여 만인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7년째인 지금까지 아무런 배상을 못 받고 있다”며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배상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자산 강제매각이 최종 판결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윤석열 정권이 ‘일본과의 외교적 시간’을 이유로 대법원에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발단이 됐다”며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자행된 이 국가 폭력에 철저히 침묵한 것을 넘어 판결을 지체함으로써 오히려 적극 동조했고 그 결과는 너무나 비참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고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을 회피하는 사이에 원고 5명 중 4명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고 양금덕 할머니는 3년째 요양병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는 대법원이 역사 정의를 외면한 것을 넘어 일제 전범기업의 ‘피해자 괴롭히기’에 가담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정의와 관련된 공적인 가치에 대한 판단은 차일피일 미루면서 민감한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적극 개입해 이례적인 속도전을 벌인 대법원의 ‘선택적 정의’를 보면서 그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법원이 인권의 최후의 보루로서 헌법적 책무를 다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