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어르신들께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식사를 통해 안부를 확인할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어버이날을 기념해 행복밥상 나눔 잔치가 열린 8일 오전 11시께 동구 학운동 더 한우사랑 식당.

김홍희·이경희 더 한우사랑 대표 부부가 마련한 ‘행복밥상 나눔 잔치’에는 지역 어르신 600여명이 초대돼 푸짐한 식사를 즐기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를 준비한 자원봉사자들은 식당 한편에 몽골 텐트를 설치해 어르신들이 햇볕을 피해 편안히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행복한 발걸음으로 식당 안으로 향했다.

이날 김홍희 대표는 정성껏 준비한 650인분의 백반을 어르신들께 대접했다.

따뜻한 밥과 국, 푸짐한 불고기와 수육, 향긋한 도토리묵, 달콤한 수박과 오렌지까지 풍성한 만찬에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금세 식당 안팎은 수백 명의 어르신들로 가득 찼고, 외부 좌석은 물론 식당 1·2층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한 어르신은 반대편 식탁에 앉은 친구를 향해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는데 여기서 다 만나네”라고 큰 소리로 말했고, 이에 화답하듯 “나는 서울 딸네 집에서 며칠 전에 내려왔어”라고 답하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만난 이웃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모습을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훈훈하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이경희 대표의 손을 붙잡고 “덕분에 맛있는 밥 잘 먹었어”, “이렇게 챙겨주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네”라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식당을 찾은 이섭심씨(92·여)는 “좋은 날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주니 고맙고 행복하다”며 “장사하느라 힘들 텐데 노인들까지 챙겨줄 생각을 다 하니 기특하다”고 전했다.

행사장을 찾은 민정님씨(91·여)는 “물가가 올라 자영업 하는 사람들이 힘든 어려운 시기에 주민들을 잊지 않고 챙겨주니 고맙다”며 “따뜻한 밥 한 끼 배불리 먹고 힘내고 간다”고 미소지었다.

오진수 학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부위원장(73)은 “어려운 시기 어버이날을 맞아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식사제공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돼 행복하다”며 “오랫동안 집에서 나오기 힘들어하셨던 분들이 행복밥상을 계기로 바깥나들이를 시작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경희 대표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즘 재룟값도 많이 오르고, 찾아주시는 어르신들도 늘어서 예년에 비해 비용 부담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어려운 경기 속에서 적지 않은 지출이지만, 그렇다고 손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1년에 한 번 이렇게 봉사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을 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다”며 “혹시라도 장사가 너무 안되거나 몸이 아파서 이 봉사를 못 하게 되는 날이 올까 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행복밥상 나눔 잔치’는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학운동 행정복지센터와 새마을회, 지사협, 주민자치회 등 민·관이 협력해 음식 조리, 어르신 안내, 음식 배분, 청소 등 다방면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훈훈함을 더했다. 이수민 기자